“오늘만큼은 아무 걱정하지 않을래요”···수능 치른 수험생들

오동욱·김송이 기자 2024. 11. 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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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양(15)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서 아버지와 꽃다발을 들고 수험생 언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김송이 기자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평이했지만, 탐구 과목이 어려웠어요.”

20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한창이던 오후 4시30분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다.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에는 수험생 지인과 가족들이 우산을 쓴 채 굳은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조우인양(15)도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들고 수험생 오빠를 기다렸다. 조양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조양은 “같이 파워레인저 놀이를 하던 오빠가 어느새 커서 수능을 보는지 싶다”면서도 “오빠를 기다려본 적은 처음인데, 빨리 웃는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5분이 지나자 수험생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고생했어. 빨리 밥 먹으러 가자” “집에 가자”며 정문으로 나온 수험생을 조용히 껴안았다.

수험생들은 탐구과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구과학과 사회문화 과목을 본 재수생 이성민씨(19)는 “국어와 수학은 작년에 비해 평이하지만 지구과학은 역대 가장 어려웠다고 느꼈다”며 “아무래도 탐구에서 변별력을 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체대를 준비한다는 김윤성씨(19)도 “전체적으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는 학생을 배려해서 주요 과목은 평이하게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능을 치른 최지민양(18)도 “9월 모의평가보다 국어가 평이하고, 수학도 풀만 했다”며 “영어도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운 편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찬유군(18)도 “올해 의대 증원 때문에 ‘N수생’이 늘었다고 뉴스가 계속 나와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학교에서 보던 모의고사랑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정호·김남현·유형준군(왼쪽부터)이 16일 오후4시55분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에서 수능을 치른 뒤 “대학가자”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동욱 기자

발을 동동거리며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던 가족들에게서는 걱정과 기대가 엇갈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서 꽃다발을 든 김연우양(15)은 “아침에 응원하고 집에 가서 마음을 졸였다”며 “언니가 밥은 잘 먹었을지, 실수는 안 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할머니 박정숙씨(74)는 “오늘은 왠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어쩐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증원으로 인한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금천구에 사는 수험생 어머니 백지승씨(52)는 “N수생이 많이 나오니까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아지는 게 속상하다”며 “이번에 N수생 절반 이상이 반수생이라는데, 현역 아이들이 많이 불합리하게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고에서 수험생을 기다리던 정모씨(52)는 “의대 증원도 그렇고, 무전공 선발(전공 자율 선택제) 확대도 그렇고 데이터가 없어 현역들은 예측이 너무 어려워졌다”며 “아들이 웃으면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북구 항룡암이라는 절에서 기도를 드리고 왔다는 이수연씨(55) 부부가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동욱 기자

가족들은 교문을 나오는 수험생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 안았다. 수능을 치른 막내아들을 위해 서울 성북구 청룡암에서 기도를 했다는 이수연씨(55)는 “아들이 치킨을 먹고 싶어했는데 배탈이 날까봐 그동안 참고 있었다”며 “오늘만큼은 아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한다”고 말했다. 최규희씨(48)는 “아들이 끝까지 잘해내서 고맙다”며 “고등학교 내내 여행도 못 갔는데, 단풍 구경이라도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일단 오늘만큼은 놀 예정”이라고 했다. 용산고에서 수능을 치른 김남현군(18)은 “앞으로 논술·면접(전형)도 있어서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면서도 “일단 오늘 밤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실컷 놀 예정”이라고 했다. 민모군(18)은 “평소 언어가 취미라서 쉬는 동안 일본어랑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며 “당장 오늘에는 가족이랑 고기를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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