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 기업들 "먹튀 투기조장법"

김남석 2024. 11.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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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서 연내 처리하기로…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개선될 것"
경제계 "외투 경영권 공격으로 기업 경쟁력 크게 훼손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상법 개정이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 반면, 재계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로 이름 지은 5개 핵심 법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사실상 연계하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주주에 대한 기업 이사의 직접 책임을 강화하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도입과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겼다.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기존 '회사'에 한정됐던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물적 분할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결정할 때 이사회가 회사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해 주식 가치가 내려간다면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이 안이 통과되면 기업 M&A나 증자 등의 거래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식의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소수 주주가 이사 선임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현재는 개별 기업이 정관으로 채택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상법 개정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후진적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재계는 같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봤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입장문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이 될 것"이라며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경쟁력 하락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국부를 유출시켜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은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이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국회는 상법 개정을 논의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으로 꼽혔던 만큼, 경제계의 반발이 힘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전무는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고, 주주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이 굉장히 적다며 '경영권'이라는 말 자체를 시장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요 외신들도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도해 왔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의 어떤 규정이 어떠한 고리로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그럼 지금 현재 상법 내에서 주가나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화를 나눈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먼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경제계 주장과 달리 국내 최대 기업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 "경제계는 수십년 전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을 멈추고 글로벌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법을 개정하고 삼성전자나 현대차,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면 다른 기업들까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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