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서 후련하고 홀가분해요… 이제 여행 다닐래요"
"수시를 붙어서 편하게 봤지만 생각보다 화학과 영어가 좀 어려웠다. 그런데 수학은 쉬웠다. 그래서 편하게 잘 본 것 같다. 이제 운전면허증을 따서 운전하면서 여행을 다니고 싶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가 내린 수능 시험장은 시험이 끝난 4시50분 한참 전부터 우산을 가지고 나온 학부모 등 가족들로 교문 앞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초·중·고까지 수능을 위해 애쓴 수험생을 축하하기 위해 꽃다발을 준비했거나 케이크를 들고 있는 학부모나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수험생 친구를 위해 직접 만든 과자와 꽃다발을 준비한 진예지(19) 양은 "결과가 어떻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여태까지 많이 애썼고 고생했다고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대전고등학교 시험장에 형을 마중 나온 양모(18) 군은 "수능날이라 학교를 안 가서 쉬는 건 좋지만 내년에 제가 수능을 친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형이 나오면 고생했다고 얘기하고,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수능을 치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와 시험장을 찾은 정세권(15) 군도 "형이 나오면 수고했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5시가 넘어서 교문이 개방되고,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험생들은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의 품에 안기며 수능 준비로 고생한 마음을 위로받았다. 수능이 끝나 해방감에서 오는 홀가분함과 지긋했지만 고3 생활을 마감하는 아쉬운 마음이 수험생들의 표정에 담겼다.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교차했다.
조민서(18) 양은 "고등학교 3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잘 맺은 것 같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한데 속으로는 아직 결과가 안 나왔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좀 두렵기도 하다"며 "수능 끝나고 애들이랑 일단 여행 가기로 해서 이때까지 못 놀았던 거 많이 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성현(18) 양은 "일단 1년 동안 너무 진짜 힘들었는데 홀가분하면서 허무하기도 하고 뭔가 복잡해요. 앞으로 뭐 할지도 고민스럽기도 하다"며 "수능이 끝났으니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싶다"고 했다.
올 수능도 경찰은 시험장에 늦은 수험생과 고사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 수험표 집에 두고 온 수험생 등이 무사히 시험을 볼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대전경찰청과 충남경찰청,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오전 6시부터 8시 10분까지 모두 27건의 수험생 편의를 제공했다. 대전경찰은 358명을, 충남경찰은 625명을, 충북경찰은 391명을 각각 배치, 시험장 주변 교통관리에 힘썼다.
앞서 올해도 이른 아침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잘 보기를 바라는 학부모와 교사, 수험생 선후배들의 응원 메시지로 가득했다.
특히 교사들은 그동안 고생한 수험생들을 안아주면서 수험증과 신분증, 도시락 등을 챙겼는 지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수험생들은 후배들과 교사, 부모 등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대전대성고 한 교사는 시험장인 대전고등학교를 찾아 손수 제작한 손팻말에 '대전대성고 수능대박,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파이팅' 문구를 담아 제자들을 응원했다.
박종훈 교사는 "결과는 상관없으니 긴장하지 말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천안불당고 시험장에서도 청수고 교사들이 핸드폰에 '청수고 화이팅'을 담아 힘을 불어넣었다.
교사들은 "애들아 3년간의 노력과 열정이 오늘에 달려있다.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만 하자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같은 시간 천안복자여고 교장과 교사들도 수험생을 응원하면서 간식을 나눴다.
충남 홍성군 홍주고등학교 학생들은 "선배들의 시험을 응원하러 아침 6시 30분부터 나왔다"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외쳤다.
수험생들도 응원을 나온 후배들과 교사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뒷모습을 바라보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한 수험생 학부모는 "첫째 아이입니다. 이제 시험장에 들어갔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 바라봤다.
설동호 대전교육감과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이날 대전 만년고와 충남 홍주고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고, 3년 동안 고생한 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눴다.
올해 수능은 14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여파로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유입된 점이 이번 수능 점수 판도를 흔들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 1만 5462명, 세종 5332명, 충남 1만 7698명, 충북 1만 2658명 등 총 5만 1150명이 지원했다. 박계교·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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