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손보사, 순익 7조 `잭팟`… 연간 실적 잔치는 `안갯속`

임성원 2024. 11. 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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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누적위험에 건전성 리스크
무·저해지 해지율 기준이 관건
원칙 적용땐 손보사 CSM 악화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3분기까지 7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연간 결산 때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새 회계제도 시행 후 거듭된 '고무줄 회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주주 면담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1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손해보험사 5곳(삼성·DB·메리츠·현대·KB)의 올 3분기 단순 합산 순이익은 6조7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며, 올 1분기(2조5458억원)보다 3배 가까이 성장했다.

각 사별로 삼성화재가 1조8665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사수했다. 그 다음으로 △DB손해보험(1조5780억원) △메리츠화재(1조4928억원) △현대해상(1조464억원) △KB손해보험(7400억원) 순이었다.

3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현대해상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현대해상의 경우 투자손익 개선에도 자동차보험 악화에 따른 보험손익 감소세로 전년 대비 26.2% 줄었다. 현대해상은 3분기 경영 지표 악화에 대해 "장기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보험손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라며 "올해 상반기 호조세를 나타낸 덕에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른바 '빅5' 손보사들이 4분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지 주목된다. 회사들마다 수익성에 유리하다고 해 판매한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지면서다.

최근 금융당국은 수익성만 고려하는 보험업계의 행태에 대해 미래 이연된 누적 위험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경고했다. 이달 초 열린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 이어, 주요 보험사를 소집한 리스크 강화 대책회의에서 단기 성장에만 매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국이 내놓은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개정 가이드라인을 보면 미래 계리가정에 대해 '로그-선형모형(실무상 수렴점 0.1%)'을 원칙 모형으로 하고, 이외에 예외 모형(선형-로그모형 또는 로그-로그모형)을 적용할 경우 현장검사와 함께 대주주 면담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 상품은 해약환급금이 표준형 상품 대비 없거나 적어 보험료를 10~40% 저렴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중도 해지하면 보험 계약자에게 금전 손실 등이 발생하지만, 보험사들은 저렴한 보험료와 납입 기간 이상으로 유지할 경우 혜택이 크다는 점을 앞세웠다.

일부 보험사들이 미래 이익 실현으로 추정되는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 보장성 경쟁에 나서면서 '실적 뻥튀기'한다는 비판이 지속했다. 자의적 가정을 통한 낙관적 계리가정으로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 누적 위험에 따른 건전성이 갑자기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당국의 압박 이후에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은 원칙 모형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최근 3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한 메리츠화재와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동양생명 등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원칙 모형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원칙 적용에도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날 삼성화재도 IR에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면서도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원칙 적용 시 CSM 규모가 크게 악화하는 건 생명보험사보다는 손해보험사일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사 중에선 DB손보와 현대해상이 타격이 심하며, 중소형사에서는 롯데손해보험 등이 꼽힌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사 2곳의 CSM의 경우 10조원을 웃돌면서 연간 순이익이 1000억원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무·저해지 보험 판매 시기가 다르면서 경험통계와 추정통계 등 각 사에 맞게 또 한번 유불리를 따질 것"이라며 "저렴한 보험료를 강조하며 비중을 대거 늘린 곳이나, 그동안 자의적 가정을 통해 실적을 크게 부풀린 곳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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