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팔고 유상증자한 보령, 우주 헬스케어 사업 투자 확대… 스타트업 `돈줄` 우려

강민성 2024. 11. 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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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건물 1315억에 매각
유상증자 등 1750억 조달
안팎서 우려 목소리 나와
지난달 14일 IAC에서 주최한 메인 세션 New Lunar Frontiers에서 보령 김정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보령 제공.

보령의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광폭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로 성장한 보령이 창업주 3세인 김정균 대표의 주도로 우주사업에 뛰어들어 투자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을 두고, 회사 내외부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이달 운영자금으로 약 17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809만7207주로 발행가는 주당 9670원이다.

보령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 중 749억원을 운영자금에 사용하고, 나머지 500억원을 시설자금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운영자금에는 김 대표가 주도하는 우주사업에 필요한 자금도 포함된다. 보령은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2022년도 추진하고 있는 휴먼스 인 스페이스(Humans In Space) 사업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라면서 "인류의 우주 장기 체류에 핵심적인 인프라와 우주 의학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령은 올 7월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위치한 본사 건물을 1315억원에 매각했다. 1977년부터 47년간 유지된 보령의 본사는 세일즈앤리스백 구조로 보령홀딩스가 다시 임차해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령은 해당 건물을 팔아서 CDMO(위탁개발생산)를 비롯해 신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보령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역량을 모으며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 초부터 김정균 대표가 우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우주의학 분야 진출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보령은 지난달 14~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외국 우주 기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크게 확장했다. 보령은 이 행사에서 우주의학 아이디어 경연대회 'HIS(휴먼스 인 스페이스) 챌린지'를 진행하는 동시에 직접 부스를 차리고 행사도 후원했다.

'HIS(Humans In Space) 챌린지'는 우주 환경을 활용해 풀 수 있는 지상 의학 문제와 우주 비행에서 필수적으로 풀어야 하는 의학 문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여기서 보령은 연구자금 지원뿐 아니라 선별된 아이디어를 고도화해 우주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서 독일 항공우주청(DLR)은 우주비행 관련 시력 변화 연구를 수행한 스콧 리터 팀을 비롯해 우주 실험이나 지상 미세중력 실험을 다수 수행한 경험이 있거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외국 우주청에서 지원하는 팀도 결선에 참여했다고 보령 측은 설명했다.보령은 최종 심사를 거쳐 수상 기업을 선별해 지분 투자를 별도로 진행할 방침이다.

보령의 이 같은 투자 확대로 우주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우주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령이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도 스폰을 하고, 전시 부스를 마련해 우주인 4명을 초청하는 등 거침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 우주 관련 비즈니스를 통해 매출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업이 제대로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에 휘둘러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령은 2022년 민간 우주정거장을 추진중인 미국 '액시엄스페이스'라는 우주 스타트업에 6000만달러(약 65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보령은 우주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확대해 가고 있다. 2022년 보령은 미세 중력이 작용하는 우주 공간 내 인간이 장기간 활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CIS 프로젝트를 출범한 동시에 스페이스 헬스케어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딥스페이스바이올로지, 엑스토리, 나노파마솔루션스 등 헬스케어 스타트업 8곳에 투자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액시엄 스페이스와 합작사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하고, HIS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광폭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가 제약사 본연의 분야보다 우주에 관심이 높고 그의 아내인 장윤희(보령 휴먼인 스페이스 유스 총괄디렉터)씨도 우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보령이 우주의학 분야로 변화하기 위해 우주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주사업을 시작한 처음부터 내실을 갖추고 해야 하는데, 행사때마다 우주 스타트업들의 돈줄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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