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IRP 만들면 103만원 상품권 드려요”… 증권사 마케팅에 금감원 제동

강정아 기자 2024. 11. 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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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삼성, 개인연금 이벤트 이달 조기 종료
IRP와 묶어 최대 73만원·103만원 경품 제공 홍보
‘경품 한도 3만원’ IRP 가입 유도 행위로 해석 가능
은행·보험권 민원 영향도… 과도한 현금 마케팅 지적

증권사들이 자사 개인연금저축 상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묶은 순입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퇴직연금 경품 한도인 3만원을 훌쩍 넘긴 경품을 우후죽순 내걸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경품 한도가 제한이 없는 연금저축 상품의 혜택을 대폭 늘리면서 IRP와 동시에 마케팅하면 사실상 IRP에 대한 가입 유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개인연금저축 펀드를 판매할 수 없는 은행과 보험권에서 해당 마케팅이 불합리하다 건의한 점도 금감원이 자제를 요청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보유 중인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해당 마케팅에 따라 증권사 IRP 계좌로 대거 이동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위)과 미래에셋증권(아래)이 각각 진행 중이던 연금저축 순입금 이벤트와 개인연금·IRP 연금 이벤트를 기존 12월 31일까지가 아닌 이달 조기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 홈페이지 캡처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연금저축 순입금 이벤트를 전날 조기 종료한다고 갑자기 공지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달 6일 개인연금·IRP 순입금 이벤트를 마감했다. 기존 마감 예정일이던 12월 31일에서 두 달 가까이 당겨 일찍 끝낸 것이다.

금감원은 이달 초 증권사 감사실장들과 모인 자리에서 해당 마케팅 행위를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연금저축과 IRP에 동시에 연금이전 및 퇴직금 입금 시 삼성증권은 최대 103만원, 미래에셋은 73만원씩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IRP의 경우 연 누적 3만원의 퇴직연금 특별이익 제공 한도가 있지만, 연금저축 상품은 경품 한도가 없다. 이에 증권사들이 연금저축 부분의 경품 금액을 늘려 두 상품에 모두 돈을 넣으면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연금저축과 IRP 이벤트를 따로따로 진행했지만, 중복 참여가 가능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연금저축 상품권 경품은 입금 구간별 ▲100만원(5억원 이상) ▲70만원(3억원~5억원 미만) ▲30만원(1억원~3억원 미만) ▲10만원(5000만원~1억원 미만) ▲5만원(2000만원~5000만원 미만) ▲3만원(1000만원~2000만원 미만)을 제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두 상품을 묶어 이벤트를 진행했고 입금 구간별로 나눠 최대 70만원(5억원 이상)을 혜택으로 내걸었다. IRP 계좌의 경우 삼성은 2000만원 입금 시, 미래에셋은 1억원 이상 입금 시 상품권 3만원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이벤트에서 IRP 계좌 이동에 대한 3만원 경품 한도를 지키더라도 개인연금 상품 혜택을 높이게 되면 사실상 IRP 가입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해당 이벤트가 계속되면 계약 체결을 유인할 목적의 업무·상품 광고로 증권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위반할 수 있다며 추가 검토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2개의 펀드와 계좌로 동시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계약 체결을 유도했기에 IRP 한도인 3만원을 초과한 걸로도 볼 수 있다”며 “법리 적용이 가능한지 추가적인 검토는 필요하기에 일단 우려 차원에서 그런 마케팅 행위는 자제하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기존 이벤트 점검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은 진행 중이던 개인연금 이전 이벤트를 오는 20일 종료하기로 했고, 대신증권은 경품 한도를 3만원으로 조정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NH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변경 없이 관련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진행한 연금저축 순입금 이벤트 세부 내용(왼쪽)과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한 개인연금·IRP 연금 이벤트의 추가 혜택 내용.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 홈페이지 캡처

IRP를 판매하는 은행과 보험사의 항의도 금감원의 이번 권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금저축 상품은 펀드와 보험·신탁으로 나뉘어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펀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증권사의 순입금 이벤트가 자사 IRP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신탁 상품이 있지만 2018년부터 신규 가입이 막혔고, 보험사는 연금저축보험, 증권사는 연금저축펀드만 판매할 수 있다.

올해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증권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부분 증권사가 타사에서 연금을 이전할 경우 지급조건 금액을 최대 2배 인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증권은 자사 연금저축 계좌로 고객이 타사에서 5000만원을 이전할 경우 1억원을 적용해 상품권 30만원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퇴직자들이 연말에 많은 만큼 증권사가 연금저축과 IRP를 한꺼번에 가입시키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을 한 부분도 있다”며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이런 마케팅이 안 되니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금감원에 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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