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 발명과정’ 눌러보니 ‘윤석열 규탄집회’가…수능문제 속 링크의 정체

실제 집회일정 안내 화면으로 연결돼 논란…“정치적 악용 유감, 경찰에 수사의뢰”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의 한 지문에 나온 인터넷 주소가 '윤석열 대통령 규탄 집회'를 안내하는 사이트로 연결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10시까지 치러진 국어 영역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 문제지가 시험 종료와 동시에 공개됐다. 문제지의 40~43번 문항에는 'k34imj~'로 시작되는 특정 사이트의 주소가 나와 있다.

이날 오후 5시 전까지 해당 주소에 접속하면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란 문구와 함께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시위를 안내하는 창이 떴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16일 오후 4시30분 광화문 앞대로'라고 시위 일정도 나와 있다. 실제 해당 시각 광화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수능 국어영역(언어와 매체) 짝수형 40~43번 지문(위)과 사이트 입력 시 떴던 화면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인터넷 커뮤니티

해당 사이트 주소는 현재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요청으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주소가 포함된 국어 문항의 지문은 집회나 정치적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 지문은 인터넷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푸근'이 공학박사 '전선'을 초대해 플러그와 콘센트의 국가별 규격이 왜 다른지 설명을 듣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사저널이 문제의 사이트 주소의 등록 정보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플랫폼을 통해 찾아본 결과, 서울 강남의 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시험일인 오늘 주소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는 출제 과정에서 임의로 만든 가상의 사이트로 원래 지문과 연관 있는 링크였다"고 설명했다. 누군가가 사이트를 탈취해 시위 일정을 알리는 화면에 연결시켜 뒀다는 뜻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의 출제 문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원 불명의 네티즌 A씨가 이날 오후 1시쯤 SNS 엑스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A씨는 "2025 수능 국어 지문에 나온 도메인 먹음"이라고 썼다. A씨는 현재 본인의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평가원은 해당 사안에 관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