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이 CDMO에서 성공한 이유

2024. 11. 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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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경 유진성형외과 기업부설연구소장

5조원. 바이오의약품의 대표주자 셀트리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예측실적이다. 셀트리온은 연내 100% 지분의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신화에는 코로나 백신과 같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폭풍 성장과 함께 CDMO라는 든든한 캐시카우가 있었다.

두 회사는 CDMO 회사로 분류된다. CDMO,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다. CDMO(Contract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의약품 위탁개발(CDO)과 위탁생산(CMO)를 합친 단어다. 위탁개발생산을 말한다. 첨단재생으로 보자면 세포주 개발부터 제품 포장까지 즉 생산의 모든 단계를 제공한다.

사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빠른 성장은 코로나19 백신을 단시간에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했던 전지구적인 위기 덕분에 가능했었다. 초단시간에 백신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었고, 각 제약회사들의 생산 시설은 필요수량을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했었다. 백신제약회사는 생산을 아웃소싱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 CDMO회사들이 뛰어난 위탁생산 기능을 가졌기에 성공적인 생산이 가능했다.

바이오시밀러와 첨단재생 분야의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에서는 이러한 위탁개발생산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회사가 신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 보니 대량생산까지 고민하며 개발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개발을 완벽히 마친 상태에서 완제품 생산과정만 위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제약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개발단계부터 생산공정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약개발 단계부터 함께 기술개발을 하는 협업 형태의 CDMO 모델이 주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바이오의약품 개발 대비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CDMO 사업은 바이오의약품의 캐시카우인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설비와 인증에 큰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대형 제약회사인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녹십자홀딩스, 한미약품 등이 이미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제약사뿐 아니라, 롯데, 오리온, CJ와 같은 비제약사들이 CDMO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CDMO가 매력적인 것은 꼭 전통적인 제약사가 아니어도 신약개발을 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는 일종의 첨단설비사업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셀트리온도 설립 당시에는 제약의료전문가가 없었다. 제약기업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 사업분야를 검토하던 중 바이오의약품 분야가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여 전세계적으로 조사를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바이오산업 수출 규모는 11조8598억원으로 2017년 5조1684억원보다 2.9배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백신과 관련 진단도구들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시작단계였던 바이오의약품의 전문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CDMO 등 다양한 부문에서 단기간에 고품질의 설비와 개발생산능력을 구비하게 되었다.

필자가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인수합병 혹은 기술이전 등의 외부소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었다. 사내의 연구개발투자나 생산투자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이미 수십년간 리더십을 가지며 발전해 왔기에 어찌 보면 신기술이나 생산프로세스 개발을 폐쇄적으로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작은 회사의 인수합병은 물론 꽤나 큰 회사간의 사업부 매각, 합병 등도 많았던 것이 신기했다.

필자는 운 좋게 두 회사에서 큰 규모의 합병들을 경험했다. 하나는 수년간 진행한 신사업 공동개발을 진행하다가 한 회사로 사업부를 매각한 사례였다. 사실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까지도 들어가는 신약개발에서 각자 가지고 있는 강점을 결합하여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부분이 컸다. 하지만 당연히 수십년 진행되는 상업화 단계에서 공동영업은 복잡한 부분이 많았기에 결국은 한 회사로 매각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지사가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조직에 불과했었어도 합병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거의 1년의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고용승계까지 진행하면서 사실상 2년 정도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사실 그 전까지 10년 넘게 제약사 근무를 했었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성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확고한 전문성에 기인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합병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것은 의외로 전통적인 거대 제약사라고만 생각했던 글로벌제약사들의 역량은 이미 우리나라의 대기업처럼 모든 산업분야를 섭렵해야만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후에 한 유럽회사 한국지사 설립을 독일출신 대표님과 같이 진행한 적이 있다. 제네릭 소위 특허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의 카피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업체였다. 모기업이 오리지널 제약회사였고 자사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최대한 우수한 제품력으로 시장에 내놓는 형식이었다.

그 회사는 이후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제네릭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로 글로벌 2위 기업이 되었다. 당시 한국대표였던 독일인 지사장님은 한국지사 대표직 뿐 아니라 아시아지역에서 신사업 개발을 맡고 있었다. 전체적인 제품라인도 아니었다. 주사제 관련 의료기기. 그러니까 주사바늘, 실린더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아시아 의료기기 회사만을 찾아서 파트너쉽을 구축하거나 합병하는 일이었다.

처음에 그 조직에 합류하였을 때는 전반적인 시장을 읽는 눈이 부족해서 왜 한국대표로 할 일도 많은데 저런 신사업 실무까지 보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년 후 인수합병에서 경험을 가지게 되면서 그 당시 그 제네릭 회사가 얼마나 미래를 내다보면서 일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작은 분야라도 수십년간 경험을 쌓고 제품력을 가지고 인증까지 섭렵하고 있다면 그 분야는 아무리 거대제약사라도 따라잡기 어렵다. 특히 제품 벤치마크에 성공하더라도 인증과 특허 등 제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긴 어렵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은 작은 보조 기기분야부터 혁신신약의 전임상단계까지 살펴보며 전분야에 리더쉽을 계속 확보해 왔다.

글로벌 상위 제약기업들은 이제 대부분 바이오 섹터를 가지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많은 혁신바이오기업들도 큰 규모의 제약사에 합병되거나 상당지분을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투자받아 협업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제약회사들이 리더쉽을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뛰어난 개발기술과 생산역량 뿐 아니라 시장조사, 대관, 인수합병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글로벌 리더쉽의 역량을 다졌기에 가능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상당 수준의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리더쉽을 구축하지는 못하고 있다. 산업이 늦게 시작되었고 상대적으로 나라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셀트리온은 단기간에 성공적인 실적을 달성했고, 최근에도 뛰어난 글로벌 파트너쉽 성과를 보였다. 글로벌 리더쉽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뛰어난 품질력을 확보하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참 잘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이러한 우리의 강점이 잘 통할 것으로 필자는 기대한다. 셀트리온의 성공이 이미 많은 부분을 증명해 냈다고 보인다.

첨단재생에서 초기 혁신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성공도 중요하다. 하지만 바로 의약품 인증과 판매를 통한 매출을 내는 것은 사업 구조의 특징상 어렵다. CDMO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이지만 리스크가 덜하다. 필자는 한국 전통제약사와 대기업들이 CDMO 사업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본다. CDMO는 신약·개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연구·개발(R&D)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점점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미국 CDMO 시장은 연평균 36.3% 성장세를 보이며 제약·바이오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 CDMO 사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가지고 함께 협업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첨단재생의료 시장에서 우리가 글로벌 리더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강의 기적'이 우리 제약·바이오에서도 일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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