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전(田)' 자 파자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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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나자 한 스님이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
안주인이 스님에게 어느 절에서 오셨냐고 묻자 스님은 "입월복기삼이요, 이십전팔이요, 십일촌에서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면암은 밭 전(田)자 파자를 통해 당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었던 대한제국의 운명을 정확하게 진단하였다.
그러나 이걸로도 수양대군은 만족하지 못해 다시 한번 전(田)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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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나자 한 스님이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 안주인이 스님에게 어느 절에서 오셨냐고 묻자 스님은 "입월복기삼이요, 이십전팔이요, 십일촌에서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안주인은 스님의 말뜻을 선뜻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바깥주인이 "용황사(龍黃寺)에서 오셨군요" 하면서 새로 추수한 곡식을 시주하였다. 용황사의 용(龍)자를 파자(破字)하면 입월복기삼(立月卜己三), 황(黃)자는 이십전팔(입田八), 사(寺)자는 십일촌(十一寸)이 된다.
일전에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덕촌리의 '독립운동가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은 독립운동가 정순만 선생의 고향이다. 정 선생이 세운 덕신학교를 둘러본 후 정 선생의 후손을 만나 구한말 얘기를 나누다가 고종의 꿈 얘기가 나왔다.
어느 날 고종이 꿈에서 밭 전(田)자를 보았다. 이튿날 신하들에게 해몽을 부탁했더니 다들 좋은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면암 최익현은 불길한 꿈이라고 했다. 면암은 밭 전(田)자를 파자하여 꿈풀이했다.
사면격산 외사불문(四面隔山 外事不聞)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나라 밖 사정을 들을 수 없고/함구십자 국운십년(含口十字 國運十年) 입에 십자를 머금고 있어 이 나라의 국운은 10년이며/쌍일병출 이군지상(雙日幷出 二君之象) 두 개의 해가 아우르니 나라의 임금이 둘이요/어실두미 조상지육(魚失頭尾 俎上之肉) 고기가 대가리와 꼬리가 잘려 도마 위의 고기 신세로다.
면암은 밭 전(田)자 파자를 통해 당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었던 대한제국의 운명을 정확하게 진단하였다.
밭 전(田)자 파자라면 조선 7대 임금 세조를 빼놓을 수 없다. 계유정난으로 왕권을 찬탈한 수양대군은 거사에 앞서 미래가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점술가를 불러 점을 봤는데 그는 글자로 점을 쳤다.
점술가는 수양대군에게 마음에 드는 글자를 하나 써보라고 했다. 수양대군은 종이에 밭 전(田)자를 썼다. 그러자 점술사는 수양대군의 앞날을 종이 위에 써 보였다. '사방유구 방언(四方有口 防言)', 사방에 입이 있으니 말을 막으라고 했다.
궁금증이 풀리지 않자 수양대군은 다시 종이에 전(田)자를 썼다. 점술사는 다시 답을 써 보였다. '남산북산 거거산(南山北山 去去山)', 남에도 산, 북에도 산, 가도 가도 산이로다. 즉 수양대군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일러주었다.
그러나 이걸로도 수양대군은 만족하지 못해 다시 한번 전(田)자를 썼다. 점술가는 그제야 답을 찾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고는 아래와 같이 썼다. '좌벌우벌 위왕(左伐右伐 爲王)', 좌와 우를 치면 왕이 된다. 전(田)자에서 좌우 변을 떼어내면 왕(王)자가 된다. 실제로 수양대군은 계유정난 때 좌의정 김종서와 우의정 황보인을 죽이고 왕이 되었다.
[정운현 한국문화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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