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직무대리 검사 퇴정에 검찰 반발…대검 "계속 운용"(종합)

황윤기 2024. 11. 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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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법적 근거 없다' 판단에 이의…"검찰청법 등 법령에 근거"
"명태균 수사 파견도 무효인가"…수사·공소유지 전반 영향 우려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권희원 황윤기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부가 직무대리 발령 자체를 문제 삼아 공판에 출석한 검사를 퇴정시킨 것과 관련, 검찰이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14일 "직무대리는 법령에 근거한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고 앞으로도 계속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검찰사무를 총괄한다는 검찰청법 제12조 2항과 소속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제7조의2 조항을 근거로 총장이 전국 검사들에게 적법하게 직무대리를 발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청법 제7조의2는 대법원장이 판사들에게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원조직법 6조와 사실상 동일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검찰총장의 직무대리 발령이 법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 인사라며 재판에 나온 검사의 퇴정을 명령한 성남FC 사건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앞서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부산지검 정모 검사가 '1일 직무대리' 형식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파견돼 공판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으며 퇴정을 명했다.

대검이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수사 단계부터 참여한 정 검사에게 공소 유지 업무를 맡기기 위해 서울중앙지검과 성남지청에 각각 직무대리로 발령 낸 근거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령인 검찰근무규칙 4조 1항에 '검찰청의 장은 직무 수행상 필요하고 또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에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별개의 검찰청 검사 상호 간 직무대리 발령을 내릴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출근하는 심우정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4.10.23 dwise@yna.co.kr

이에 대해 대검은 "퇴정명령이 내려진 검사는 공소 유지를 위한 1일 직무대리를 받았는데, 1일 직무대리 또는 복수 직무대리라도 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검찰총장의 직무대리 명령은 검찰청법, 검사인사 규정, 검찰근무규칙 등 법령에 근거한 것이므로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총장의 검찰근무규칙상 '관할'은 전국 검찰청"이라며 "이에 따라 총장이 부산지검 검사에게 직무대리를 명해 성남지청의 성남FC 사건 공판 업무를 맡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및 지방검찰청 내의 검사 상호간에만 직무대리 발령을 할 수 있다'는 성남지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12조 등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특정 지방 검찰청에 사회적 이목을 끄는 주요 사건이 발생해 인력 보강이 필요하더라도 다른 청 소속 검사를 수사·공판 업무에 투입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반박했다.

일선 검찰에서도 재판부 해석대로라면 지난주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명태균 의혹 수사 투입을 위해 부산지검 등에 소속된 검사 4명을 창원지검으로 직무대리 형태로 발령 낸 것도 위법으로 봐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는 사안이 복잡하고 증거의 양이 방대하다는 이유가 직무대리 발령 조건인 '직무 수행상 필요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검찰 내에서는 사건 결과에 책임을 지는 총장, 고검장, 지검장이 판단할 문제에 왜 재판부가 참견하느냐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대검 역시 이에 대한 판단과 함께 직무대리 기간, 업무 범위 등은 직무대리를 명령하는 검찰총장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로고 [촬영 이율립]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이전에도 주요 사건에는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수사 검사가 이른바 '직관'이라는 형태로 공판에 참석하다가 인사 이동으로 전보되더라도 직무대리 명령을 통해 공판 참여를 계속해 왔지만, 이번처럼 문제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있다.

실제로 올해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재판에서도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성남지원 사례를 거론하며 직무대리 검사 공판 참여의 위법성을 다투려 했지만, 재판부는 현 단계에서 절차적으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도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의 공소 유지 활동의 적법성이 쟁점이 된 바 있는데, 재판부는 잇따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적법하다고 인정받으며 운영돼 온 재판 수행 방식에 대해 유독 성남지원 재판부가 13페이지에 이르는 명령 결정문까지 작성하며 이례적으로 공판 검사를 퇴정시킨 것에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검은 "전직 대통령, JMS 성폭행, 계곡 살인, 정인이 사건뿐 아니라 대형안전사고, 살인, 주요 성폭력, 증권·금융·기술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건의 수사 및 공소 유지에서 직무대리 제도가 활용돼 왔다"고 밝혔다.

일선 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비수도권청 소속으로 수도권청에서 직무대리 근무를 하는 경우 그 기간은 소속 청 근무에 산입되지 않아 잔여 지방근무 기간을 채워야하는 등 직무대리 발령이 보직관리 측면에서 개인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면서도 "심리의 집중을 위해 사건 내용을 잘 아는 검사의 공소유지는 필수적이고, 직무대리는 심리의 집중을 위한 것으로서 법원의 실체 진실 발견과 공판중심주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예견할 수 없는 이 같은 제동 사례가 반복될 경우 유죄 입증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년 단위로 전국 검찰청에 순환 배치되는 검찰의 인사 시스템을 고려하면, 장기간 첨예한 법률적 다툼이 이뤄지는 대형 사건의 재판에 직무대리 발령 없이 수사 검사를 참여시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11일 법정에서 구두로 즉각 '법관 기피 신청'을 한 것 또한 이 같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기피 신청 사유서에서 이번 퇴정명령에 대해 "검찰 공소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가져오고 심각한 재판 지연을 초래할 위법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은 "앞으로도 중요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충실한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직무대리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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