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 열린 간담회에 예산을?”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산하 승마협회장 문제로 몸살
“결산보고 등 과거 일” “격려 차원의 후원일 뿐” 반박
(시사저널=김현지·정윤경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부정 채용과 금품 수수 등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산하 승마협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경택 대한장애인승마협회 회장의 비위 의혹뿐 아니라 사업결산 미진행, 지역협회장 선출 과정 논란 등 여러 민원이 제기되면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감사실은 특별조사까지 진행했고, 그 결과 일부 민원에 대해 '기관주의' 등의 조치까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장애인승마협회는 처분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되레 조사 결과가 담긴 이사회 자료를 임원진에게 폐기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사회 보고 이후 대의원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승인해야 하는 절차도 밟지 않은 상황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 문제가 연일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민원 12건 중 9건 '문제 있다' 판단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한장애인체육회 감사실은 지난 2023년 12월6일부터 올해 3월29일까지 산하 기관인 장애인승마협회와 관련해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오경택 장애인승마협회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과 같은 개인 비위, 장애인승마협회 산하 지역협회장 선거의 부적절한 처리 과정 등 여러 민원과 관련해서다. 매년 진행해야 할 결산을 하지 않고, 상급기관인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런 문제는 특별조사 직전 문체부 등에 접수됐다. 문체부는 이후 장애인승마협회 상급 기관인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사건을 내려보냈고, 이곳의 감사실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해 대한체육회와 함께 체육단체로 분류된다. 이들 단체의 주무부처는 문체부다.
약 3개월간의 특별조사 결과는 지난 5월 드러났다. 이때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승마협회와 상급기관인 문체부에 조사 결과를 각각 전달했다. 장애인승마협회는 지난 6월 이런 사안을 '제2차 정기이사회'에 보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비공개 이사회 회의자료를 보면, 대한장애인체육회 감사실은 민원 사항 12건 중 3건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3건은 '조치 기관 및 조치 내용 없음'을, 이 외에는 '기관주의'나 '기관경고' '권고' '개선' 등의 판단을 내렸다. 감사규정에 따르면, 감사 결과 징계 수위는 변상, 환수, 징계, 시정, 주의(경고), 개선, 권고, 통보, 고소와 고발, 현지조치 등 순이다. '주의' 단계 이후부터는 경미한 수준으로 통상 판단한다.
'비위 종합백화점'된 장애인승마협회…"사업결산도 안했다"
이 중 가장 '센' 조치 결과는 장애인승마협회 산하 지역협회장의 선거 절차 문제다. 장애인승마협회 회장 선거 관리 규정과 시도지부 운영규정에 따라, 서울지부는 회장이 공석이 된 경우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총회 대체이사회에서 회장을 추대했고, 장애인승마협회가 추대된 회장을 승인한 것이다. 이후 장애인승마협회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돼 회장 승인을 취소했다.
그러나 대한장애인체육회 감사실은 "장애인승마협회는 서울지부에 기관주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동시에 장애인승마협회에도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시·도지부의 회장 선거 관리의 책임이 있음에도 회장 선거지원과 임원 승인 등의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실은 "서울지부와 다른 시·도 승마협회의 행정업무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장애인승마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 회장의 측근들이 지부 임원을 꿰차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경고' 조치 대상도 있다. 결산보고 미진행 건과 관련해서다. 장애인승마협회는 지난 2021~22년의 결산보고를 하지 않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매년 결산보고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감사실은 "결산보고 미이행은 가맹단체 의무 사항을 미준수한 것"이라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육성부는 의무사항을 이행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승마협회에는 기관경고와 권고 조치를 내렸다.
이뿐만 아니다. 오 회장 개인에 대한 비위 의혹에 대해선 주의, 권고 조치를 내렸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특별조사 결과 오 회장이 열지도 않은 간담회 비용으로 자체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잘못을 지적받아 예산을 반환했지만, 당시 직원에게 부적절한 업무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 회장의 사무실 임대료를 장애인승마협회가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대납 사실이 없었다고 봤다. 감사실은 그러나 "공적 업무에 다수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사적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지만, 회장과 협회 간에 금전거래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감사실은 오 회장의 횡령, 배임, 뇌물수수 등과 관련한 입증자료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 밖에 △국내대회 기금의 부적절한 사용 △심판, 지도자, 등급분류 등 전문인력 강습회 개최 시 강사 자격 요건 문제 △기부금과 경조비 등에 대한 행정처리 문제 관련 사업승인, 항목별 예산 편성, 지급기준 마련, 사적 용도의 경조비 집행 제한 등의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등 일부 민원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장애인승마협회 회장 "마주들, 장애인 안 태우려 해서 격려차 식사 대접한 것"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는 지난 9월23일 총회에 안건으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적으로 정기이사회에 오른 안건은 대의원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그런데 시사저널이 입수한 '2024년도 정기대의원총회' 자료를 보면 정기이사회에서 보고된 조사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다. 장애인승마협회가 총회에서 이를 논의했지만 공식 자료에서 삭제했거나, 애초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장애인승마협회의 조사 결과 은폐 시도로도 유추할 수 있다. 장애인승마협회는 그간 정기이사회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다. 이번에는 다르다. 장애인승마협회 측이 특별조사 결과가 담긴 정기이사회 자료를 임원진에게만 공유했다. 이마저도 장애인승마협회 측은 자료 전달 직후 "이사회 결과 자료를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조사 결과 공유 이후 정기이사회에서 안건이 논의됐고 회의 자료도 일부 임원들에게 공유됐다. 그런데 장애인승마협회 측이 곧바로 자료를 폐기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 이번 조사 결과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산하 기관인 장애인승마협회를 '봐주기 감사'한 것"이라며 "경고 이후부터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오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장애인 승마대회에서 마주(말의 주인)들은 장애인들을 잘 태우려고 안 하니, 이들을 불러 밥이라도 사주며 격려했다"며 "이 외에 내가 직접 후원한 것도 문제라며 고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결산보고 문제는 과거 일이 우리(현 체제)에 넘어온 것"이라며 특별조사 결과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애인승마협회 관련 조사를 실시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은 처분 진행 상황에 대해 "(장애인승마협회가) 요구를 받은 이후 30일 이내 소명하지 않으면 해당 처분은 바로 확정이 된다"며 "이행해야만 하는 의무 사항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승마협회 측은 그러나 정기이사회 보고 내용과 총회 승인 등과 관련해 14일 오후 18시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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