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임대료 8600억, 팔수록 손해"…인천공항 면세점 '이중고'
임대료 산출 방식 여객 수 연동제 변경... 대규모 매장 확보한 신라, 신세계 부담 커져
인천공항 입점 무산된 롯데도 시내 면세점 부진으로 적자
[편집자주] 면세점 업계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만 해소되고 하늘길만 열리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고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하늘길이 열리고 방한객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는데 면세점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정부의 특허수수료 지원은 작년에 끝났다. 면세점 업계를 돕기위해 도입한 객단가 방식의 임대료 산정방식은 오히려 면세점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면세점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당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산정 방식을 '여객 수 연동제'로 변경했는데, 코로나 엔데믹으로 고객 수는 늘었지만, 업계 예상보다 공항 면세점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가 크게 낮아져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굳어진 탓이다.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인천공항에 대규모 매장을 꾸린 두 업체는 매월 300억대 수수료를 내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이중고'에 빠졌다.
13일 인천공항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3개 대형 업체가 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연간 임대료는 8591억원에 달한다.
DF1(4258㎡)과 DF3(4649㎡) 구역에 입점한 호텔신라의 연간 예상 임대료는 4097억원, DF2(4709㎡)와 DF4(5198㎡) 구역을 낙찰받은 신세계디에프는 연간 예상 임대료는 4099억원이다. DF5(2078㎡)에 입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연간 예상 임대료가 394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입찰가에 2019년도 인천공항 출발 여객 수(3557만명)을 반영한 금액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저수용금액(구역별 1863원~5617원)보다 22~68% 높은 금액을 써서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이는 당시 입찰 경쟁에 나선 롯데면세점와 중국 CDFG의 입찰가보다 4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저수용금액보다 5% 높은 금액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3사 중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흑자를 낸 업체는 현대면세점뿐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적자를 보면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그동안 매장 리뉴얼 등 임시 개장 기간으로 임대료 감면 혜택이 있었는데, 연내 정상 운영을 시작하면 실질적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에 운영 적자까지 매달 1000억원씩 손해가 예상되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당장 사업이 어렵다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하기도 어렵다. 입찰 계약상 중도에 사업권을 포기하면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8년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위약금 1879억원을 납부했다. 업계에선 호텔신라와 신세계의 중도 위약금 규모가 2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천공항 입찰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도 임대료 부담을 덜었다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력 사업인 시내 면세점(서울 명동과 잠실, 부산, 제주) 사업이 부진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시내 면세점 매출 비중은 85%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공항에서 흑자를 본 현대면세점도 시내 면세점 부진으로 전체 실적은 적자다.
업계에선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롯데면세점도 비슷한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패소했고, 아직 10년 계약 기간 중 2년도 지나지 않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당장 인천공항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면세점 업계가 정부에 매년 납부하는 특허수수료를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재 특허수수료는 업체 매출액의 0.1~1% 수준을 부과하며,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약 400억원을 부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매장 면적 단위로 특허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객이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여행 후 국내 입국 시 인도하는 '입국장 인도장'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면세 업계 지원 대책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제도가 실행되려면 입국장 혼잡, 중소 면세점 반대 문제 등을 조율해야 한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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