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집단 성범죄 무죄→유죄…4년 만에 대법원 확정
■ 10대 9명이 집단 성범죄… "제2의 밀양 사건" 공분
2020년, 충북 충주에서 고등학생 또는 학교 밖 청소년이던 10대 남학생 9명이 '집단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숙박업소 등에서 후배 여학생 1명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가학적인 성관계를 했다는 겁니다.
피해자의 신고로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고,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2022년 11월에야 이들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사건이 지역사회에서 공론화되면서, '제2의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부터 4년여가 흐른 오늘(14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왔습니다.
■ 1심 재판부, 9명 가운데 3명만 '특수강간 유죄'
1심 재판을 맡았던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지난 2월, 피고인 9명 가운데 3명에게 특수강간죄 등을 적용해 1명은 징역 5년, 2명은 각각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나머지 6명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피고인들의 '특수강간'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특수강간을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폭행·협박 등의 수단을 동원하거나,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해 강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 항소심서 무죄→유죄 대거 뒤집혀… "위력에 의한 간음 인정"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전고등법원 청주 제1형사부는 지난 7월,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 9명 가운데 8명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피고인 5명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뀐 겁니다.
재판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당초 이들을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습니다.
폭행 등 물리력을 동반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야 성립되는 '특수강간'과 달리, '위계 등 간음'은 속임수(위계·僞計)나 위력을 이용해 성관계한 경우에도 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이른바 '무서운 선배'들로 통해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다만 특수강간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던 피고인은 징역 4년, 3년 6개월을 받은 피고인 가운데 1명은 2년 6개월로 일부 감형됐습니다.
또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던 피고인 1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났습니다.
대신 1심에서 무죄가 나왔던 피고인 5명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9명 가운데 8명 유죄 확정… 4년 만에 마무리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피고인들은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주장했고, 검찰은 특수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14일), 대법원 2부는 피고인들과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닌,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법률심'입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위계 등 간음죄에서의 위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피고인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면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충주 10대 집단 성범죄' 사건은 4년 만에 피고인 대부분의 유죄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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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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