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0000%…살인이자 감옥 갇힌 서민들

문광민 기자(door@mk.co.kr),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2024. 11. 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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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필요한 서민들 노린다…더 독해진 불법사금융
올해 2789건 피해…58% 쑥
MZ조폭들 새 돈벌이로 부상
담보물로 나체사진 촬영하고
돈 제때 안 갚으면 유포 협박
경찰 전담수사팀 전국에 설치
"독버섯 같은 범죄 발본색원"

불법 대부업 조직 총책 등 6명은 불법 사금융 피해자 2415명에게 하루 치 이자율만 28.8%를 요구했다.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원금의 105배인 1만507%다. 이들이 빌려준 금액은 총 5억6000만원. 일당은 이 같은 살인적인 고리대금도 모자라 피해자들에게 담보물 명목으로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이자를 제때 납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담보' 사진·영상을 성인 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불법 대부 중개 조직 총책 등 33명은 합법적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무직자와 대학생들을 상대로 대출 희망자 600여 명을 모집했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자격심사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게 하고, 30억원 상당의 대출을 승인받게 한 뒤 수수료로 원금의 30%인 9억원을 챙겼다.

경찰이 최근 2년간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추진하면서 검거한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경찰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대대적인 척결 활동에 나섰지만 서민층 피해 사례는 오히려 늘고 있다. 관련 규제와 단속이 강화되자 합법적인 대부업체는 대출을 줄이고 있고, 급전을 찾는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발생한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는 2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65건)보다 58% 증가했다. 경찰은 올해 10월까지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 사금융 1671건을 적발하고 3000명을 검거했다. 적발 건수와 검거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64% 늘어났다. 지난 9월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여성 A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불법 추심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빌린 돈은 불과 수십만 원이었다. 하지만 사기를 넘어 '살인' 수준의 이자율 탓에 원리금은 한 달도 되지 않아 1000만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빚을 빚으로 돌려막기 위해 불법 사금융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저신용자의 경우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전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불법 사금융이 활개를 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지하경제에 있는 조폭 집단들이 최근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만만한 '약자'인 서민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조폭들 중 불법 사금융업에 새롭게 투신하는 이들 상당수는 조직 막내급으로 전해졌다. 수익 창구 운영에 문제가 생겨 선배들로부터 일감을 받지 못한 막내급 조직원들이 수백만 원씩 종잣돈을 모으고, 이를 수억 원대 목돈으로 불리기 위해 불법 소액·일수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처럼 '독버섯' 같은 불법 사금융 조직 뿌리 뽑기에 나섰다. 경찰은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 기간을 내년 10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영상회의를 열고 전국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 수사지휘부에 서민 대상 불법 사금융에 대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또 경찰은 전국에 '불법 사금융 전담 수사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고, 조직적·악질적 사건은 일선 경찰서 대신 시도 경찰청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우수한 검거 성과를 올리는 경찰관에게 '즉시 특진'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단속 강화는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불법 채권 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에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문광민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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