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거 불참한 기후총회…‘개최국 싫어서’ 프랑스도 이탈?

박기용 기자 2024. 11. 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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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비판에 프랑스 최고위 인사 “불참”
G7에선 영국·이탈리아뿐…“책임 질 사람 없어, 회의적”
중국은 기여국 ‘확고히’ 거부…군소도서국들 “생존 위험에 처해”
12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본회의에서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국’ 출신인 그는 이번 총회에서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시사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대표단이 중도에 이탈하는 등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총회’에 우려를 드리우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참석 예정이던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언론에 “총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프랑스와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들의 ‘신식민주의’의 결과 섬나라들이 기후변화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남태평양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에서 벌어진 유혈사태를 언급한 것이 계기다.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누벨칼레도니는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10년 이상 이주자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원주민들이 ‘자치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유혈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와 가까운 편인데, 프랑스는 아제르바이잔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르메니아를 지원하는 입장이라 두 나라는 갈등 관계에 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파니에뤼나셰 장관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억압적인 아제르바이잔 정권이 인권 문제에 대해 프랑스에 훈계한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 대표단은 최고위 인사인 파니에뤼나셰 장관은 비록 참여하지 않지만 총회 참석 및 활동은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진국들의 노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를 정하는 것이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인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은 점차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기후총회엔 특히 선진국 정상들의 참여가 적다. 핵심 의제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총회 연설에서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부재 중”이라며 “이 회의에서 우리의 논의가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겠나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 정상들의 불참은, 이번 총회가 지난 1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8일부터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일정이 겹친 탓이 크다. 주요7개국(G7) 중 기후총회에 정상이 참여하는 나라는 영국과 이탈리아 정도다. 한·중·일 정상도 모두 정상을 대신한 특사를 파견했고, 중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 2~3위인 미국, 인도 정상도 모두 불참했다. 독일의 기후정책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기후과학자 빌 헤어는 “행동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부족을 보여준다.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린 절대적 혼란에 처해 있다”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행사장에서 기후운동가들이 기후재원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쿠/AP 연합뉴스

핵심 의제인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를 두고 선진국-개도국 사이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선진국들은 기후재원의 정식 기여국이 아닌 나라들 중 중국의 기여국 전환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지만, 중국은 이를 확고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기후단체 카본브리프 등은 13일 중국이 총회 비공개회의에서 “기존 협의를 재협상하는 것이 목표여선 안 된다”며 기여국 전환을 “확고하게”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신규 기후재원 목표의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지만,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1992년 개도국으로 분류돼 기후재원 공여 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군소도서국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문제들의 경우 이런 식의 대면 대화가 중요하다고 매우 분명하게 밝혀 왔다”면서 “트럼프가 (팬데믹 시기) 백신 문제와 백신 개발에 대해 언급한 것과 같은 ‘놀라운 속도’로, 우리도 그에게 탈탄소화 기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사모아 출신인 파올레레이 루테루 군소도서국연합(AOSIS) 의장은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공약은 기후 취약 국가들에겐 심각하고 중대한 우려”라며 “우리의 생존이 매우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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