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법의 오솔길, AI와 인간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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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경 세계지식포럼의 주제는 '공존을 향한 여정'입니다.
미국 뉴욕대 총장은 'AI는 인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지만 죽음의 신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이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합니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로 가는 길은 평탄한 포장도로가 아니라 수풀 가득한 오솔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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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AI 공존하는 길 가려면
수풀 가득 오솔길 지날수밖에
법이 올바른 신호등 역할해야
올해 매경 세계지식포럼의 주제는 '공존을 향한 여정'입니다.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세대별·계층별 갈등으로 파열음이 큰 시대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할 수 있는 지도 이슈였습니다. 미국 뉴욕대 총장은 'AI는 인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지만 죽음의 신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AI는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데이터를 흡수해 놀라운 해결자가 될 수 있습니다. AI 반도체로 각광받는 엔비디아는 지구상 모든 기후데이터를 AI 슈퍼컴퓨터로 재현해 기후 재앙을 해결하겠다고 천명합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AI 학습법을 개척한 교수에게, 노벨 화학상은 숨겨진 단백질 구조를 AI로 분석해낸 전문가에게 수여됐습니다.
AI는 인간의 생명, 신체, 재산, 명예에 큰 해악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자율무기와 킬러로봇은 전쟁 양상을 바꿉니다. 금융망을 교란하고 사이버테러를 가할 수 있습니다. AI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딥페이크 성범죄, 가짜 영상 뉴스는 현실화했습니다. 일자리를 빼앗고 정부와 기업의 주요 결정을 대신해 인간 삶을 속박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큽니다.
바람직한 AI를 만들 방도를 찾는 노력이 계속됩니다. 4차산업혁명융합법학회에서는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 법적 쟁점과 혁신적 대응 방안'을 논의합니다. 서울국제법연구원에서는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이슈와 전망'을 다뤘습니다. 한 심포지엄의 주제는 '무한 확장하는 인공지능'입니다.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선 자유로운 혁신이 필요하지만, 위험성을 생각하면 규율도 필요합니다. 나라마다 '혁신과 안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애쓰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AI를 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기준은 국익입니다.
빅테크 기업이 없는 유럽연합(EU)은 AI의 폐해를 막기 위해 올해 5월 'EU 인공지능법'을 최초로 제정합니다. 8가지 유형의 AI는 금지하고, 고위험 AI는 엄격히 관리합니다. 그러나 군사, 국방을 위한 AI에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자체 생태계를 위한 스타트업 진흥과 AI 규제 샌드박스도 둡니다.
미국은 AI 기술을 글로벌 패권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봅니다. 첨단 기술 개발과 기밀 탈취 방지에 주력합니다. 안전성 확보도 법률보다 자율규제를 선호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AI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명령 폐기를 언급합니다. 영국도 'AI 규제 백서'를 발표했지만, 혁신을 더 강조합니다. 일본은 AI 촉진에 무게를 둔 'AI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규제 법률 제정 작업에도 착수합니다.
중국은 공산당의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장려합니다. 고성능 AI 모델은 등록해야 합니다.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침'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전복이나 국가권력을 위태롭게 하는 내용은 못 만들게 규제합니다.
대한민국은 AI 반도체와 생성형 AI를 만드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AI는 인간 문명의 틀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습니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이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무슨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선 부드럽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AI 기술의 변화 추세를 살피고, 다른 나라의 규제 동향도 주시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자와 법률가, 기업인과 노동자, 시민단체와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새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과 이해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인간 존중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도 긴요합니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로 가는 길은 평탄한 포장도로가 아니라 수풀 가득한 오솔길입니다. 변혁의 시대에는 과감히 헤쳐 나갈 용기가 필요합니다.
[봉욱 전 대검 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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