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김익래 전 회장의 605억 사회환원 약속, 18개월째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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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4월 국내 주식시장에 드리웠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있었죠.
당시 주가조작 혐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은 불기소 처분을 받긴 했지만,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주가폭락 직전에 시간 외 매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있었죠.
당시 김 전 회장은 '사회환원'을 약속했는데요.
18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 어떤지, 금융2부 김동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벌써 1년 반이나 지났어요?
[기자]
지난 2023년 5월 4일이었죠.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오후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했는데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따른 책임감을 통감한다면서 그룹 회장직을 포함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겁니다.
[김익래 /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 (2023년 5월 4일) : 먼저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당시 사회 환원도 약속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논란이 됐던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익래 /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 (2023년 5월 4일) : 저는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터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합니다.]
김 전 회장은 하한가 사태 2거래일 전인 2023년 4월 20일, 다우데이타 140만 주를 시간 외 매매로 처분해 605억 원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매도 시점이 너무나도 절묘했기에 시세조종 정황이나 폭락 조짐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시세조종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씨도 당시 김 전 회장을 배후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라덕연 / H투자자문업체 전 대표 (2023년 5월) : (하한가 사태로) 지금 수익을 본 데가 세 군데가 있어요. 첫 번째는 제일 위에서 600억 파는 사람, 두 번째는 공매도 친 사람, 세 번째는 바로 상속을 해야 하는 사람, 근데 이 3명이 다 한 집이라는 거죠.]
이런 주장에 대해서 김 전 회장은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이라면서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는데요.
매도 시점이 폭락 직전이었던 건 공교로운 일일 뿐이라면서 거래명세서도 공개했습니다.
[김익래 /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 (2023년 5월 4일) : 최근 저의 주식 매각에 대하여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하여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하였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 일로 업계에서 파장도 컸는데, 재발방지책도 법제화됐잖아요?
[기자]
소위 '김익래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지난 7월 시행됐는데요.
대주주나 임원 등이 주식을 대량으로 블록딜 거래를 하면 반드시 사전에 공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사태로 지난 2022년 법안이 발의됐었는데, 2년간 표류하다 지난해 하한가 사태로 급물살을 탄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분율 10% 이상 주주들은 3개월 기간 내에 상장사 발행주식의 1%, 50억 원 이상을 장내 매도할 경우 최소 30일 전에 해당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요.
사후 공시했던 것이 사전 공시로 바뀐 것으로, 이를 위반하거나 허위로 공시하면 최대 2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앵커]
하지만 김 전 회장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 결정이 났죠?
[기자]
서울남부지검은 1년여 만인 지난 5월 30일 김 전 회장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는데요.
검찰 조사 결과 키움증권은 시세조종 대상 종목을 보유한 특정 소유자 등에 관한 정보를 생성·가공하거나 이를 김 전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파악됐습니다.
또 김 전 회장이 단기 매매 차익 반환 의무가 소멸한 지난해 3월 말 이후 본격적으로 다우데이타 주식 대량 매매를 시도한 점 등을 고려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김 전 회장 등의 매매가 폭락의 배경이라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검찰은 특정 세력에 의해 주가가 내려간 게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주가조작 세력이 인위적으로 띄웠던 주가가 시장 원리에 따라 떨어지는 과정에서 고위험 상품들의 반대매매가 겹치면서 무더기 하한가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앵커]
불기소 처분까지 받았는데, 약속했던 사회환원은 아직이라고요?
[기자]
18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 가시화된 게 없는데요.
당초 업계에선 검찰 수사가 끝난 뒤 빠르게 추진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범죄수익 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제동이 걸렸는데요.
검찰 결론이 나왔지만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
공익재단 설립 자체는 사실상 당사자 의지에 달린 일인데요.
공익재단을 설립하려면 설립자가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고, 정관을 작성한 뒤 법인 설립허가를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효성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상속재산을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석 달만에 재단까지 출범했습니다.
이에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김 전 회장이 올랐지만,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으로 한 차례 바뀌었다가 결국 유야무야 됐습니다.
다만 정무위 증인이 철회됐다는 것 자체가 '곧 재단을 설립하겠다'로 국회 설득에 성공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김 전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되는 재단이라 회사 차원에서 개입하고 있지는 않다"라면서도 "재단 설립을 위한 임원 등 면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환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 사회공헌하겠다고 해서 공헌약속을 하고, 검찰 수사에 있어 선처를 고려하는 이런 것이 전형적인 교과서 패턴인데 재벌들은 그 약속은 지키거든요. 말로만 약속하고 검찰 무혐의 처리를 받고 나서 면죄부를 받았다고 그런 건지, 사회적 공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 기망이라고 생각되는 거죠.]
[앵커]
키움증권 입장에선 이래저래 난처하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 신뢰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여섯 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공식화했던 터라 오너리스크 등은 잠재적인 변수입니다.
또 현재 키움증권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 사옥을 짓고 있는데요.
덩치가 커진데 반해 연식이 오래된 건물의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7월 인근 여의도 TP타워로 본사를 이전하고, 기존 건물은 철거작업이 한창인데요.
키움증권 입장에선 조용해질 때쯤 툭 튀어나오는 잔존한 오너리스크가 야속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사회환원 약속은 더딘데, 새 사옥은 일사천리군요.
김동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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