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2025년엔 먹구름?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것”

채제우 기자 2024. 11. 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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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 “한국, 美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 속 동분서주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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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내년에 한국은 수출이 꺾이고, 내수가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에서 살길을 찾아 동분서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한국 경제는 대외적 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의 불확실성과 내수 회복의 둔화로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이 올해보다 좋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란 경제의 두 축이 동시에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한국 경제는 중요한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한국은 살길을 찾아 동분서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한국 경제를 조망하는 신간 ‘2025 한국 경제 대전망’의 대표편저자 중 한 명인 이 교수는 국내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의 55대 회장으로 선출돼 내년 2월 취임한다.

그래픽=김의균

◇내년엔 수출 ‘피크아웃’ 현실화 우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내년에 둔화할 것으로 보는 까닭은.

“한국 수출의 중추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최근 몇 년 동안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수출을 막으며 중국 기업들이 휘청이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기술 굴기(崛起)로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D램, 낸드플래시는 중국산으로 대체될 상황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은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수출이 꺾이는 중요한 분기점(피크아웃)이 될 수 있다.”

-전 세계로 번지는 보호무역 기조가 한국 수출에 더 악영향을 줄 것 같다.

“그렇다. 이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함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다자무역체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본, 영국, 호주 등 유럽연합(EU)과 북미를 제외한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가령 포스코는 인조 흑연을 개발했는데, 제조 단가가 비싸 중국의 저렴한 자연산 흑연에 밀려 시장 점유율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럴 때 정부가 친환경 규제 등을 도입해 우리 산업을 보호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 중구에서 최근 열린 '2025 한국 경제 대전망' 기자간담회 모습.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좋을 이유가 별로 없다"고 했다. /21세기북스

◇트럼프 2기, 韓 경제엔 엎친 데 덮친 격

-’트럼프 2기’ 체제가 시작되면 내년도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까.

“트럼프는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자국 이익이 걸려 있으면 중국은 물론 유럽이나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도 언제든 척을 질 수 있다고 본다. 자국 이익을 위해 보편 관세로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이미 예고돼 있다. 한국처럼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수출 의존도가 컸던 나라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적 여파가 있을까.

“우선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만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을 뒤엎을 수도 있다. (IRA와 반도체법은 미국에 배터리·반도체 등 제조 시설을 짓는 기업에 세재 혜택과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자연히 미국에 투자를 할 것인데 왜 굳이 외국 기업에 돈을 쥐여주냐는 취지다. 한국 기업들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노리고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는데,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셈이다. 또 트럼프가 다자주의 무역에 부정적이라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차원의 관세전쟁이 진행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라면 한국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킹 달러(달러 초강세)’ 현상도 계속될까.

“단기적으로는 그럴 것으로 본다. 이는 한국에 큰 리스크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그에 따라 고금리가 유지된다면 달러의 가치는 현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높은 환율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은 그대로 입으면서 수출 증가 효과는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 통상 고환율은 기업들의 수출에 유리(원화 가치 약세)한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 자체가 부진해져 이익은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내수 전망까지 먹구름

-내년 한국 경제를 위해 내수 회복이 관건이란 의견도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은 높은 환율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고금리가 이어져 내수가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 금리를 내려야 소비가 늘어날 텐데, 당분간은 치솟는 환율 때문에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통상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로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만큼 한국도 금리를 더 끌어내릴 수 있지 않나.

“얼마 전 미국이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하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는데, 실기한 정책이라고 본다. 한국은행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섣불리 완화해 한국은행은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지금은 금리를 내리자니 환율이 걱정이고, 금리를 유지하자니 내수가 걱정인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내년 한국 경제는 몰아닥칠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내년은 한국 경제에 엄중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나는 국내 제조업 가치 사슬을 강화하는 ‘밸류인(in)’을 대응 방법으로 생각한다. 과거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의 생산 시설을 한국으로 다시 들여오도록 하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제조업의 가치 사슬을 더 촘촘히 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일부 기업들의 이익은 올라도 서민들 지갑 사정은 여전히 얄팍한 괴리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공급망을 국내로 들여와 풀뿌리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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