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입맛에 맞춰 '김여사 특검법' 고쳐 통과시킨 野...與 이탈표 나올까
세 번째 '김건희 특별검사법안'(김건희 특검법)은 앞서 두 차례 폐기된 특검법과 달리 특검 후보의 1차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수사 범위를 종전보다 대폭 축소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통해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재표결에서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8표 이상의 여당 이탈표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 사이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등 사법리스크를 부각하고 본회의 직전 민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 수정 방식 등을 지적하며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해야 하고, 야당은 이 가운데 2명을 추려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후보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하는 이른바 '4-2-1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의 특검법안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는데 직전 단계의 후보 추천권을 사법부에 주겠다는 것이다. 야당 단독 추천 특검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반발한 여당을 염두에 두고 형식상 제3자 추천방식을 반영한 수정안이다. 당 대표 후보 당시 '제3자 추천 특검'을 공약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압박 카드이기도 하다.
최대 14개에 달하던 수사 대상도 일명 '명태균 게이트'라고 불리는 김건희 여사의 여당 공천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축소했다. 여당의 반대 논리에 응하는 방식으로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야당이 전략을 선회한 것은 28일로 예상되는 재표결 시 추가 이탈표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만큼 이날 본회의보단 재표결 결과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무기명 투표를 통해 전체 의석 300개 가운데 재석인원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22대 국회에서 의결한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은 104표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인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이탈표 4개가 필요하다. 야당은 기존 특검법 조항을 완화하면서 여당 일부 의원에게 찬성을 유도할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앞서 수정안 개요를 설명하며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모두 잘 알 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국민은 지금 특검법 통과를 압도적으로 원하고 있다. 선배 동료 의원들께서 수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제시한 만큼 대한민국 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여당의 찬성을 촉구했다.
여당은 여전히 김건희 특검법의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여야 합의없는 특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3자 추천방식도 결국 야당에만 선택권이 있는 데다 대법원장 후보 추천을 야당이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있어 사실상 달라질 게 없다는 논리다. 상임위까지 통과된 이후 야당 주도로 진행된 이번 특검법 수정에 대해서도 "꼼수·악법 입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정당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는 15일과 25일 각각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여권 지지율 회복의 기회라는 점과 최근 불거진 당원 게시판 논란 등으로 다시 여당내 분열 조짐이 보인다는 점 등에서 이번 특검법 재표결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반대 토론자로 나서 "오늘은 김혜경 여사가, 내일은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판결을 받는다"며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특검을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14개 혐의에 대해서 마치 특검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해 왔는데 명태균 의혹, 도이치모터스 의혹 등 두 가지만 특검하겠다고 한다"며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그 사람들을 수사하는 특검 선정에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게 맞느냐, 무한 비토(거부)권을 통해 사실상 야당이 특검을 고르는 것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꼼수"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최악의 졸속 입법. 여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꼼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나와 표결에 불참했다. 여당은 직후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고 특검법 저지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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