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2세 승계 본격화…계열사 수익성 악화 과제도 산적

허인회 기자 2024. 11. 14.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본준 회장 장남 구형모,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
계열분리 이후 그룹 안정화 및 신사업 발굴 책무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37) LX MDI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 2년 만에 '사장 타이틀'을 따냈다. LG그룹에서 분리한 LX그룹 역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사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아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황에 따라 계열사 수익성 기복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개선한다면 경영권 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LG광화문 빌딩에 자리한 LX홀딩스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그룹 컨트롤타워 사령탑 역량 인정받아

14일 재계에 따르면, LX 홀딩스는 지난 13일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다. 구 사장은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근무했다. 이후 2014년 LG전자에 과장급으로 입사, 경영 수업의 첫 발을 디뎠다. 그는 통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구내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등 일반 사원과 다르지 않은 회사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주변 동료들은 그가 총수 일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구 사장은 2021년 계열분리 이후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됐고, 1년여 만에 전무를 거쳐 부사장까지 빠르게 승진, LX MDI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어 2년 만에 사장직에 오르게 됐다.

LX MDI(Management Development Institute)는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컨트롤타워로 경영 컨설팅, 정보기술(IT) 업무, 인프라 혁신, 인재 육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LX그룹 계열사들의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번 승진 배경엔 LX MDI의 조기 전력화를 통해 계열사별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컨설팅을 차질 없이 수행했다는 점이 꼽힌다. 아울러 거시적 트렌드와 최신 산업 동향·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고도화해 계열사의 시장 대응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LX홀딩스 측은 "그룹의 IT 역량 강화 로드맵 구축과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단계적 실행을 추진하는 등 혁신 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미래 사업가·인재 육성을 위한 체계를 수립하고 교육 플랫폼을 개발·운영해 우수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LX MDI는 지난해 매출 85억원, 영업이익 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2억8400만원, 영업이익은 7억4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8.7% 증가했다. 다만 LX MDI가 주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LX MDI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사장) ⓒLX홀딩스 제공

'들쭉날쭉' 실적 안정화에 신사업 발굴 임무까지

그룹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LX인터내셔널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7조8500억, 24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 떨어졌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영업이익(4331억원)이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LX인터내셔널의 실적 부진은 고금리 기조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탄, 금속 등 자원 시황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업 LX세미콘의 상황은 다소 낫다. LX세미콘의 올해 상반기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9432억원과 10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 떨어졌으나 영업이익은 117% 증가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60% 가량 감소한 12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미래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해까지 사실상 독점 공급하던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아이폰 시리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물량이 50% 넘게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는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운 대만 노바텍에 DDI 물량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DDI는 LX세미콘의 상반기 매출에 90% 가량 담당했다.

업황 변동에 수익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계열분리로 인한 거래처 감소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구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LX그룹은 돌파구를 인수합병(M&A)로 보고 있다. 건축, 자동차용 판유리 업체인 한국유리공업 인수에 이어 친환경발전소 '포승그린파워'도 품에 안았다. 지난해엔 HMM 인수까지 나서기도 했다.

재계에선 그룹 전체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역할에 구 사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LX그룹 측도 "이번 인사로 LX MDI의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 사장이 그룹 전반에 깊은 이해를 다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향후 경영 보폭을 더욱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