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뻔한 드라마’…프리미어12 대표팀, 반전이 필요해
우려했던 불안 요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대로는 ‘뻔한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1차전 대만과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4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잡았던 한국으로선 최악의 첫발이다. 대만이 더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최근 국제대회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과정이 좋지 않았다. 대회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이 패인으로 연결됐다.
한국은 선발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1선발 임무를 맡은 고영표(KT)가 2회에만 만루포와 투런포를 얻어맞고 6실점 했다. 반면 상대 좌완 선발 린여우민은 4.2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선발진은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활약한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뿐 아니라 올해 토종 선발 평균자책 2위(3.79) 손주영(LG)이 부상 등을 이유로 빠졌다. 프리미어12 대표팀 선발 투수는 고영표, 곽빈, 최승용(이상 두산), 임찬규(LG) 등 4명뿐이다.
고영표는 리그에서 손꼽는 토종 선발이지만, 올해는 부상 여파로 18경기 6승8패 평균자책 4.95에 그쳤다. 하지만 류 감독은 그간 리그에서 보여준 기량과 경험, 사이드암 투수라는 이점을 살리고자 고영표를 선발로 낙점했다. 고영표를 선택한 것이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현지 언론도 곽빈과 고영표를 한국의 1, 2선발로 조명했다. 어쨌든 고영표는 2회 2사 1루에서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 장군위에게 볼넷을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고, 전전웨이에게 만루포를 허용했다.
베테랑 고영표가 2회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무너질 것이라는 걸 예상하긴 힘들다. 그러나 만루포 뒤에도 고영표는 린리에게 2루타를 맞으며 흔들렸다. 이때도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전제셴의 투런포까지 터졌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판단으로 남았다. 특히 이번 대회 한국 불펜은 정해영(KIA), 박영현(KT), 김택연(두산), 유영찬(LG), 조병현(SSG) 등 마무리 투수만 5명에 달할 정도로 단단한 뎁스를 자랑한다.
실제로 3회부터 등판한 최지민(2.2이닝), 곽도규(0.1이닝), 김서현(1이닝), 유영찬(1이닝), 조병현(1이닝)으로 이어진 한국 불펜은 대만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남은 경기에선 대표팀의 강점을 살리는 마운드 운용이 필요해졌다.
‘4번 타자’의 부재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류 감독은 소집 훈련 당시부터 4번 타순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활약한 강백호(KT), 노시환(한화)은 기초 군사 훈련과 부상 등을 이유로 제외됐다. 박동원, 문보경 등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연습경기에서 제일 타격감이 좋았던 윤동희가 대만전 4번 타자로 배치됐다. 하지만 윤동희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물론 타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타선은 이날 3안타에 그쳤다. 김도영(KIA) 정도를 제외하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타격감이 무뎠다.
1패로 출발한 한국은 앞으로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차례로 대결한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슈퍼라운드가 열리는 일본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팬들은 ‘반전 드라마’를 기다린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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