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폭탄` 부동산 PF 싹 바꾼다…땅 주인 현물출자 시 세제 혜택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선진화하며 '선진국형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현재 3~5%에 그치는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부동산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가 금융사나 연기금 등 지분 투자자를 유치해 자기자본 30~40%를 보유해 토지를 매입한 후 건설 단계에서 PF대출을 받고 있다.
앞으로 한국 PF 시장도 고금리 등 대내외 변수에 따른 '빚 폭탄'이라는 악순환을 끊도록, 토지주가 땅이나 건물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를 하면 시행사가 고금리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 수도권 주요 지방자치단체 내 100평 이상의 주거와 상업 지역의 나대지 7000만㎡를 현물출자 대상으로 해, 실제 부동산이 매각돼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늦춰주기로 했다.
정부는 14일 오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회사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PF 사업에 대출해줄 때 적립해야 하는 자본금과 충당금 비율을 높여 해당 사업의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땅 주인이 주주로 참여, 고금리 대출 부담 '확' 줄여
우선 부동산 PF의 자기자본 확충 기반을 안정적으로 하기로 했다. 현재 PF 사업 토지비 비중은 통상 20~40% 수준이다. 다만, 일부 지방은 10%이거나 서울 도심의 경우 40% 이상인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연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브릿지론)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면 사업 시작부터 다양한 변수에 노출돼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기업 및 개인이 보유한 유휴토지를 PF 사업에 출자하는 대안도 있었지만, 현물출자할 때 법인세나 양도세가 부과돼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향후 개선안을 통해 PF 자기자본비율을 상향하고, 고금리 대출을 통한 토지 매입보다 토지주가 토지나 건물 기반으로 주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출자자의 이익 실현 시점을 고려해 양도차익 과세와 납부이연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내년부터 현물출자를 활용한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선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자기자본비율이 20~40%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경우 브릿지 대출을 받지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비 절감을 통한 분양가 인하와 유휴토지를 통해 (임대)주택, 신(新) 산업 투자 촉진, 국민 투자 기회 확대 등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PF 리스크 차단…업권별 대출 위험가중치·충담금 차등화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도입한다. 정부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통해 시행자가 관리 및 운영하는 개발 사업에 대해 용적률과 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할 방침이다. 또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 대해선 PF 보증료 할인을과 자회사 소유 및 간접투자 등의 방식으로 은행과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방향의 개선안도 검토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PF 대출 시 20% 등 일정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해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가 부족한 상호금융 및 여전사, 새마을금고 등 업권에 대해 저축은행업권과 같이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PF 대출 때 사업성 평가도 강화해, 시행사 및 시공사의 담보나 신용보다는 PF 사업의 사업성·안정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출을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과 수수료 원칙 등 절차를 마련하면서 객관적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 인증과 대출 시 평가기관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PF 수수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수료 항목의 분류 및 정의, PF 수수료 부과 원칙, 차주에 대한 정보 제공 절차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책임 범위와 기준을 표준화하고, 건전성 관리 기준을 개선하는 등 신탁사 PF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리츠를 통한 개발 및 운영이 가능한 '한국형 디벨로퍼'로 육성하며, 안정적 자기자본을 갖춘 리츠에 입지가 우수한 공공택지 매입 우선권을 제공한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경우 택지 공급 평가 시 가점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강영수 과장은 "개선 방안이 나온 것일 뿐, 모범규준을 마련하려면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까지는 예상해, 내년엔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경기 악화 전망 속 인센티브 방안이나 리스크 규제 강화에 대해 부동산 경기도 모니터링하면서 업계와 소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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