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이마트…정용진 본업경쟁력 강화 승부수 통했다(종합)
'회장 원년' 고강도 조직·사업 쇄신 성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이마트가 올해 3분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지난 3월 취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주목받는다.
이마트가 14일 공개한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1천1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4%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분기 이후 3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천228억원으로 2020년 3분기 이후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천24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2% 급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익이 건설 부진 여파로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론이 고조된 것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실적 호조세에 이마트 주가도 뛰었다. 이날 이마트 주가는 종가 기준 6만1천원으로 전날보다 6.64%(3천800원) 올랐다. 지난 4일 이후 7거래일 만의 상승세다.
이마트는 가격-상품-공간 혁신 등 삼박자를 갖춘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쿠팡과 알리 등 국내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전방위 공습 등으로 위축된 이마트를 재건하고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고자 정 회장이 꺼낸 승부수다.
정 회장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혁신 행보를 시작했다.
작년 11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을 전면 개편하며 시동을 걸었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개편 직후 "조직과 시스템, 업무방식까지 다 바꾸라"고 주문하며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어 올해 3월 회장 취임과 함께 전방위적인 혁신 작업을 본격화했다.
'재계의 인플러언서'라고 불릴 정도로 애용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한 것은 물론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집무실을 지키고 매일 현안회의를 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한 경영진 수시 인사를 도입한 것도 이즈음이다.
이후 이마트의 사상 첫 전사적 희망퇴직 발표(3월), 신세계건설 대표 전격 교체(4월), 이마트 에브리데이 희망퇴직과 G마켓(지마켓)·SSG닷컴(쓱닷컴) 경영진 일괄 교체(6월), 이마트·이마트 에브리데이 통합 법인 출범 및 SSG닷컴 희망퇴직(7월), G마켓 희망퇴직(9월) 등 숨 가쁜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정 회장은 조직 쇄신 노력과 함께 사업 혁신에도 매진했다.
유통업의 최대 가치는 좋은 가격과 우수한 상품,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 혁신이라는 지론을 현장에 적용했다.
이마트가 올해 1월부터 고객 수요가 높은 생필품을 최저가 수준에 제공하는 '가격파격선언', '가격역주행' 등을 잇따라 도입한 것도 이러한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과의 통합 대량 매입을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추고 제조사와 협업한 차별화 상품도 속속 내놨다.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고자 쇼핑 공간을 재설계한 미래형 점포도 차례로 선보였다.
지난 8월 29일 리뉴얼(재단장) 개장한 스타필드 마켓 죽전이 대표 사례다.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의 공간 개념을 적용한 첫 점포로 화제를 모았다.
다양한 문화·휴식 공간과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2∼3시간 이상 체류하는 고객 수가 2∼3배로 늘었고 이는 48%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사한 공간 개념을 도입한 문현점, 도심형 상권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한 용산점 등도 매출이 20% 안팎으로 증가하며 고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직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SSG닷컴(쓱닷컴)과 G마켓(지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의 경우 물류 혁신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정 회장이 주도하는 CJ그룹과의 전략적 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현재 신세계와 CJ는 SSG닷컴의 김포·오포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물류센터 재편이 완성되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 등에 힘입어 이커머스의 실적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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