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휴전’이 트럼프 취임 축하 선물? “이, 트럼프 측과 1월 휴전 논의”

선명수 기자 2024. 11. 14. 16: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한 거리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축하 선물’로 레바논 휴전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조기에 외교정책상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내년 1월 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로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당선인 자택을 찾은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이 이스라엘이 준비 중인 휴전 계획을 설명했다. 더머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유대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접견했고, 이 자리에서 휴전과 관련한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더머 장관이 미국 방문 첫 행선지로 백악관 대신 트럼프 당선인 자택을 먼저 찾았고, 그 이후에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등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트럼프 환심 사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현직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패싱’이란 말이 나온 이번 방문을 두고 WP는 미국의 정치적 무게 중심이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인사는 “이스라엘은 트럼프에게 뭔가를 선물할 것이며, 내년 1월 레바논 휴전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최근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도 레바논 휴전 논의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며 미국과 이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휴전안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후퇴하고 비무장화하는 것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고 있으며, ‘헤즈볼라 비무장화’에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이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준비 중인 휴전안이 최종적으로 결렬될 경우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강화하는 별도의 계획 역시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스라엘 “레바논 휴전 논의 진전”···헤즈볼라는 “들은 바 없어”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11121447001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에 참여했던 프랭크 로웬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충성심이 없으며, 오로지 트럼프 당선인의 호감을 사는 데 전념할 것”이라며 “전례로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은 기회가 왔다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이미 대통령인 된 것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현 바이든 정부와 휴전안에 대해 ‘임시 합의’를 이룬 뒤, 최종적인 휴전 성사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 그가 휴전 성과를 차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확정된 후 가자지구와 레바논, 시리아 일대를 연일 맹폭하며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 모두에서 전쟁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최근 몇 달 새 헤즈볼라와 하마스 수뇌부를 연이어 제거하는 데 성공하며 이들 조직은 사실상 궤멸 상태에 놓였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를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스라엘이 스스로 설정한 전쟁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며 “이제는 전쟁을 끝낼 때”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