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김태리는 물론 시청자까지 사로잡은 '이친자'·'정년이'의 독특한 매력

박진규 칼럼니스트 2024. 11.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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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친자’와 tvN ‘정년이’의 성공 키워드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2024년 하반기 시청률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tvN <정년이>다. 이 드라마들은 한석규와 김태리라는 대형 스타를 내세운 것 외에 시청률을 견인할 친절한 코드는 없어 보였다. 한쪽은 어두운 스릴러, 한쪽은 이미 잊힌 여성국극이 소재였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단순 시청률로만은 잡히지 않는 '덕력'과 '매력'이 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그 덕력과 매력, OTT와 숏츠 시대에 맞는 구성에 어울리는 작품 구조는 이 드라마들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주인공 한석규와 김태리를 사로잡은 것도 이 드라마의 특별함 때문일 수도 있다.

◆ 딥하게 혹은 부드럽게

이제 국민드라마는 없다. 지상파 3사의 드라마만 존재하던 시절과 달리 OTT와 유튜브의 숏폼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선택의 영역 역시 다양해졌다. <이친자>와 <정년이>는 이런 시대에 어울리는 드라마다. 두 작품 모두 많은 시청자보다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친자>는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딸 장하빈(채원빈)을 연쇄살인마로 의심하면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어두운 범죄물 스릴러 드라마다. 통상 지상파 드라마는 여기에 코믹이나 가벼운 로맨스를 섞기도 하지만 <이친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의 사건을 미친개처럼 물고 늘어지며 어두운 화면 어두운 심리로 일관한다. 그 덕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범죄심리 스릴러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마니아들을 통해 입소문의 파이를 넓혀 가면서 주말드라마 각축전에서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반면 tvN <정년이>는 마음만 먹으면 더 사납게 갈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이미 그런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 쇼호스트, 아나운서 등 여성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서로 미워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드라마를. 윤정년(김태리)과 허영서(신예은)를 선녀와 악녀로 나누고, 다른 연구생들이 윤정년을 따돌리는 장면도 더 과격하고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년이>는 주인공을 미워하는 악녀의 힘을 키워주기보다 정년이에게 콤플렉스와 사랑, 연민을 동시에 느끼는 경쟁자들을 포진시킨다. 그 덕에 <정년이>는 사나운 기싸움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국극과 국악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으며, 또한 잔혹한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을 사랑스럽고 편안한 <정년이>의 세계로 초대할 수 있었다.

◆ 빤한 로맨스 아닌 소통 불능 시대의 소통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정년이>이 안에는 전형적인 남녀 로맨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드라마는 연인 아닌 다른 인간관계의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것도 소통 불능의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여는 관계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이친자>는 사실 중년의 아버지와 고교생 딸의 소통 부재가 중심 관계다. 아버지와 딸은 서로 소통할 수 없다. 그들은 서로를 오해하고 무시하고, 결국에는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친자>는 장르적 재미도 있지만 동시에 섬뜩한 세대의 단절을 보여주는 시대극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장태수는 편견 없이 딸 장하빈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면서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보는 눈이 트이기 시작한다.

<정년이>는 흥미롭게도 극중극인 국극 작품 안에서의 로맨스는 <춘향전>, <자명고>, <온달과 평강공주> 등 전형적인 남녀 로맨스다. 하지만 <정년이>가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로맨스의 감정은 매란국극단 연구생 간에 흐르는 섬세한 감정들이다. 단순히 우정과 사랑으로 딱 자를 수 없는 질투, 연민, 동경, 우애 등 모든 감정이 얽혀 있는 10대 또래들끼리의 그 감정선. <정년이>는 여성 국극을 고증하는 것은 물론 그 또래들끼리의 감정도 소중하게 다룬다. 거기에 더해 소리의 천재지만 마이웨인 윤정년이 매란국극단의 다른 경쟁자 연구원들과 그 섬세한 감정의 교류를 통해 통해서 마음을 열고 성숙해지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 OTT, 숏츠 시대에 어울리는 구성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원래 4부작 구성의 공모전 당선작이었다. 하지만 4부작 특별극으로 편성 대신 10부작으로 늘렸다. 그 구성 때문에 이야기의 쫀쫀함이 무뎌졌을 거란 시청자들의 원성도 있다. 하지만 <이친자>의 10부작은 특별하다. <이친자>는 장편영화처럼 한 가지 사건을 변주하면서 10부작을 채워간다. 하지만 기존의 많은 장편영화 스타일의 드라마들이 연재물로 이어질 때 실패했던 방식을 답습하진 않는다. OTT나 지상파에서 실패한 장편영화 스타일 드라마는 영화 시나리오를 편수대로 쪼개놓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친자>는 프로파일러의 딸이 살인 용의자라는 사건을 여러 각도로 변주하고 반전을 주면서 매회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주는 데 성공했다.

한편 <정년이>는 1990년대였다면 50부작으로도 가능한 시대극이다. 연장, 연장, 엿가락 연장도 가능한 줄거리다. 하지만 <정년이>는 긴 호흡을 버거워하는 시대에 맞게 12부작이라는 짧은 편수 안에 정년이의 인생 전반을 모두 담아낸다. 여기에 <정년이>가 보여주고자 한 여성국극 공연장면들도 모두 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년이>는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가져갈 것은 가져가는 작전을 취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 정년이의 캐릭터가 다소 단순해진 감은 있지만, 대신 <정년이>는 국극단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성격과 매력을 드러내면서 그 부분을 보완하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데 성공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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