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서두르는 트럼프? 글쎄…러 외교장관 “미, 근본적 접근 안 변할 것”
트럼프식 종전 구상에 동상이몽 우크라·러시아
러 외교장관 “현 전선 기준 휴전, 민스크 협정보다 나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휴전 협상을 이끌 특사 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전 휴전”을 호언장담해온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큰 견해차를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더라도 미국의 접근 방식은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이끌 평화특사를 곧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신뢰성이 높은 고위급 인사로 예상되며, 그는 돌파구를 찾아 평화적 합의에 도달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우크라이나에 특사를 파견했다. 당시 파견된 커트 볼커 특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긴장 관계를 해소하고 전면전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평화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고,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 방아쇠를 당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돼 사임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특사 파견을 하지 않았다.
특사 파견이 이뤄져도 트럼프 당선인 공약처럼 내년 1월20일 취임하기 전에 휴전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양국 사이 비무장지대를 조성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최소 20년간 유예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영 로시야-1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항상 나토 영향권 내 벌어지는 모든 일을 통제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 접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협상에선 우크라이나가 기습 진격해 일부를 점령 중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가 즉각 논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철수를 협상 시작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보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현재 전선에 따라 10년간 휴전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민스크 협정과 똑같은 방식이며 심지어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스크 협정은 2014~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는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종전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 중재로 체결됐다. 두 나라 국경에 안전지대를 만들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양국 간 입장 차에 따라 8년 넘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로선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해법으로 나토 가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우크라이나는 휴전 협상에서 영토보다 안보를 더 우선시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NYT에 “영토 문제는 극도로 중요하지만 여전히 두 번째 문제”라며 “최우선 순위는 안전보장”이라고 강조했다.
휴전 협상을 했어도 침공당한 과거에 비춰보면, 훗날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차단할 안전보장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전보장은 휴전 협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 꼽힌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할 때도 우크라이나가 다시 공격당할 경우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나서도록 하는 조항에 끝까지 반발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쿠르스크와 우크라이나 동부 등 최전선 전투가 치열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최근 몇 주 동안 키이우에 드론 공격을 이어온 러시아가 미사일을 쏜 건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전력 시스템이 타격을 입으면 겨울에 장기간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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