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 전략’ 페라리...괴물 수퍼카 ‘F80′ 799대만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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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18억유로)에 못 미쳤다. 그래도 지난해 대비 견조한 상승세는 이어졌다. 지난 5일 발표된 페라리의 3분기 매출은 16억4400만유로(약 2조5000억원)로, 지난해 3분기(15억4400만유로)보다 6.5% 늘었다. 순이익도 3억7500만유로로, 지난해 3분기(3억3200만유로) 대비 13% 늘었다.
내년 말부터 무려 53억원짜리(360만유로) 괴물 수퍼카 ‘F80′을 고객들에게 인도하겠다는 페라리의 앞날은, 페라리 엠블럼 속 도약하는 검은 말처럼 계속 도약할 수 있을까. WEEKLY BIZ는 페라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회 녹취 등을 바탕으로 페라리의 실적과 성장 동력을 분석했다.
◇럭셔리 기반의 압도적 마진은 이어졌다
페라리의 3분기 매출은 예상보다 다소 낮았지만, 페라리의 강점으로 꼽혀온 압도적 마진은 3분기에도 이어졌다. 페라리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28.4%로 지난해 3분기(27.4%)보다 1%포인트 올랐다. 그만큼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다른 자동차 회사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더 확연해진다. 포드(5.5%), GM(8.4%), 테슬라(10.8%) 등을 훌쩍 뛰어넘은 성적이다. 마치 명품 가방처럼 페라리란 럭셔리 브랜드 가치를 보고 높은 가격에도 기꺼이 차를 사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 가능한 일이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5일 실적 발표회에서 “(자동차 판매 대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 없이 앞으로도 이익과 마진을 더 높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페라리는 두 가지를 결합하는 회사란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나는 럭셔리이고, 하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판매량이 아니라 질로 승부를 볼 것이며, 럭셔리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흔하지 않아야 돋보인다
페라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고도의 ‘희소성 전략’을 쓴다. 일부러 수요보다 훨씬 적게 차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번 실적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분기 페라리의 차량 인도 수는 3383대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오히려 76대 줄었다. 올해 3분기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그랜저 판매 대수(1만8594대)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중화권(중국·홍콩·대만) 시장에서의 올 3분기 판매는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9% 줄었다. 비냐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현지 (페라리) 대리점 소유주를 만나 얘기했더니, 모두 페라리의 중국 내 성장이 올바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고 했다. 중화권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고가 브랜드 전략을 쓰겠다는 취지다. 페라리는 지금도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를 낮게 유지해 글로벌 전체 판매의 10%를 넘지 않도록 내부 규정으로 묶어두고 있다.
◇새로운 수퍼카 ‘F80′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실적 발표의 주인공은 수퍼카 신차 ‘F80′이었다. 페라리는 실적 보고서에서 “지난달 17일 F80을 공개하면서, 전설적인 수퍼카 역사에 새로운 장을 썼다”며 “F80은 단 799대만 한정 생산될 예정인데, 페라리가 지금껏 달성한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성능의 최고를 담아 GTO, F40, 라페라리와 같은 기념비적인 모델 대열에 합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페라리는 실적 발표회에서도 F80을 소개하며 “1200마력의 최대 출력을 자랑하는 차로, 공장에서 나와 일반 도로를 달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차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차량은 기본 가격이 360만유로임에도 이미 판매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비냐 CEO는 F80의 구체적 차량 인도 시기를 묻는 말에 “F80은 내년 4분기부터 (예약 고객들에게) 인도할 예정이며, 2~3년 동안 인도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페라리 측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F80은 내연기관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에서도 페라리가 고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F80 생산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가 미래의 전기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모든 차량에도 매우 유익하게 쓰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개인 맞춤형 페라리로 매출 올린다
페라리의 개인 맞춤형 옵션 판매 전략은 페라리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안토니오 피카 피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이번 분기에 개인 맞춤형 매출은 자동차 및 예비 부품 총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팔린 차의 숫자는 줄였지만 개인 맞춤형 전략이 성공하며 매출 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는 게 페라리 설명이다. 페라리는 고객들 취향에 맞게 차량 페인트 색상과 종류부터 바퀴 휠 모양과 색상, 인테리어 가죽 옵션, 핸들이나 연료 캡 등을 고를 수 있게 해 차 소유자들이 원하는 개성 있는 차량을 만들어 준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페라리는 2022년 투자자의 날을 통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60%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페라리는 이번 실적 보고서를 통해 “탄소 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엔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마라넬로 가스 연료 열병합발전소를 예정보다 3개월 일찍 폐쇄했다”고 밝혔다. 페라리는 마라넬로 제조 시설에 연료전지 공장 및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생 알루미늄을 활용하는 등 여러 탄소 중립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비냐 CEO는 열병합발전소 폐쇄 사례를 소개하며 “2030년 탄소 중립 목표를 향한 비약적인 도약을 이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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