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원수”…‘25년 가정폭력’ 끝에 아내 살해한 70대의 최후

부부싸움 중 아내 ‘빠루’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
법원, ‘징역 14년’ 선고…“범행 인정하고 있어”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아내를 상대로 20년 이상 가정폭력을 휘두르다 끝내 살해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14년형이 선고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이정형 부장판사)는 남성 임아무개(71)씨의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임씨는 지난 4월29일 서울 성북구 응봉동의 모 아파트서 술에 취해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 A씨를 일명 '빠루'로 불리는 쇠지렛대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약 25년간 아내를 상대로 가정폭력을 휘둘러온 임씨는 사건 당일 아내가 본인의 가정폭력을 신고한 것으로 오인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범행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을 들은 이웃주민이 '때리고 부수는 소리가 들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아내와 다툼을 해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속이며 현장 이탈을 시도했으나, 경찰들이 현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하면서 현행범 체포당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임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임씨에 대해 "25년전부터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해왔고, 둔기로 때려 살해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술이 원수'라며 알코올을 탓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이에 재판부는 "배우자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해 죄질이 좋지 않고, 범행 이후 피해자에 대한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면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범행 당시 음주 상태를 근거로 한 임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앞서 검찰이 임씨에 대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씨에 대해 "71세의 고령으로 장기간 징역 이후 재범 가능성이 낮다"면서 "범행을 인정하는 점, 피고인(임씨)과 피해자의 자녀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