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 제재에도 제약사 리베이트 왜 안멈추나 봤더니

이석 기자 2024. 11. 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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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경보제약․유니메드제약․삼일제약․고려제약․제일약품 등 불법 리베이트 ‘철퇴’
의사 처벌은 ‘솜방망이’... 전문가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인 근절 어려워”

(시사저널=이석 기자)

공정위는 지난 13일 소위 '상품권깡'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의사들을 접대한 제일약품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도권·영남지역 의사 1700여 명에게 골프·식사·주류 등으로 총 2억5000만원 상당을 접대했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산 후 그 일부를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4일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의사 269명을 송치하고 이들의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사진은 4월29일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모습. ⓒ연합뉴스

제약사 리베이트 관행 다시 도마 위에

공정위 관계자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의료인이 환자에게 맞는 의약품을 처방하기보다 제약사로부터 제공받은 이익에 따라 의약품을 선택하게 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상품권깡 등을 통해 은밀하게 진행된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하고 이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관련 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공정위가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철퇴'를 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지속적으로 제재해 왔다. 지난해 10월 JW중외제약을 상대로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인 305억원을 부과할 수 있었던 것도 부처 간의 협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3개 병․의원 및 약국에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현금을 제공한 경보제약이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3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태반의약품 전문 제약사인 유니메드제약 역시 병․의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최근 공정위에 경고 처분을 받았다. '부루펜'으로 유명한 삼일제약의 경우 불법 리베이트가 들통나면서 식약처로부터 3개월간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다. 고려제약의 경우 지난 6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1월4일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의사 269명을 송치하고 이들의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황윤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난 5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행사에서 "내부고발 확대와 범정부 차원의 대응 강화로 제약사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증가하는 추세다"면서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기업집단관리과와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 등으로 구성된 기업집단국이 상설 조직화되면서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범정부 차원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의 음성적인 리베이트 관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제약사와 의사 간의 유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재 구조를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의사가 제약사의 매출을 좌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사만 설득하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리베이트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지난 13일  제일약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약사는 '철퇴', 의료인은 '솜방망이' 처벌 뒷말 

레베이트를 받은 의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제기된다. 요컨대 과거에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만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 쌍벌제 도입 이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도 함께 처벌받게 됐다. 하지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철퇴'를 가하는 반면, 의사들의 경우 솜방망이 처벌로 끝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의사․한의사․약사 등이 받은 행정처분 224건 가운데 면허 취소는 23건(10.3%)에 불과했다. 그나마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영원히 의사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관계자는 "자격정지 처분 기간이 지나면 의사일에 복귀할 수 있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아도 일정 조건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심의를 거쳐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허술한 제도와 시스템 하에서 아무리 단속이나 제재를 강화해도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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