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택한 트럼프 견제구…상원 원내대표에 '관세 반대' 존 튠

김희정 기자 2024. 11. 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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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트럼프 성폭행 자랑 영상에 대선서 내려오라 비난,
2020년 대선 불복 때도 트럼프에 "변명의 여지 없다" 일침…
자유무역협정 옹호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지지해 갈등 여지
13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튠 사우스다코타주 의원.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에 이어 상·하원까지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서열 2위로 주류 정치인인 존 튠(사우스다코타) 의원이 맡게 됐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대선 출마를 포기하라 하고 2020년 대선 불복 당시 이에 반대하는 등 트럼프에게도 할 말은 해온 그의 성향을 감안하면 공화당이 트럼프의 독주를 막을 인물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가 밀었던 릭 스콧 탈락… MAGA파 견제 나선 공화당 주류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은 두 차례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존 튠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 트럼프의 MAGA(트럼프 캠프의 슬로건 '미국을 더 위대하게')파는 릭 스콧 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원대대표로 밀었으나 그는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의 18년 임기가 끝나고 튠 의원이 후임 자리를 차지하게 된 데는 MAGA파에 대한 공화당의 견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세력보다 노련한 공화당 내 기득권 인물을 선호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공화당이 꺼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행인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실제 튠 의원은 트럼프와 대치한 경험이 수 차례 있다. 2016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가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자랑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튠 의원은 대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2020년 트럼프가 선거 패배에 불복했을 때는 의회에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도 "실패할 운명"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 트럼프의 임기 만료 1주일을 앞두고 이뤄진 탄핵 소추가 실패(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했을 때도 "면죄가 아니"라며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한 트럼프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튠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 내각과 다른 지명자들을 가능한 한 빨리 자리에 앉히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당선자가 제안한) 휴회 임명을 포함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지지… 트럼프와 충돌할까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감세 등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내각 임명자 인준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튠 원내대표가 잠재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 진행자로 참전 경험이 군대 경력의 전부인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에 지명하고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조사를 받아온 맷 게이츠 플로리다 의원을 법무장관에 앉히는 등 트럼프 2기 초기 인선은 벌써부터 잡음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특히 튠 의원은 8월에 트럼프가 제안한 대규모 관세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했다. 그의 지역구인 사우스다코타는 농업이 주산업이라 농산물 수출을 강화하려면 자유무역협정이 지켜져야 한다. 트럼프가 튠 의원뿐 아니라 상원 공화당 내 기존 주류 의원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 및 기타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수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어 별도의 의회 투표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재집권 초기 트럼프와 튠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면 당 내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튠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꾸준히 지지해왔다.

튠 의원은 이날 소수당이 대부분의 입법에서 발언권을 갖는 필리버스터 규칙도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위원회 의장을 맡을 메인주 공화당 상원의원 수잔 콜린스는 "존 튠은 숙련된 입법자이자 설득력 있는 소통가"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을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이끌기보다는 합의된 관점을 추구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튠 의원은 고교 운동 선수 출신으로 사우스다코타 주 상원의원 제임스 앱드노의 보좌관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 1996년 주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래 3선 의원을 지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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