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인간의 긴 유년기, 177만년 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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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리다.
인간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이미 1930년대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류의 성장 속도가 지금처럼 느려진 시기가 기존 120만년 전에서 177만년 전으로 늘어난 셈이다.
리온 연구원은 "인간의 유년기에 대한 최초의 진화적 증거가 발견됐다"며 "초기 인간 종의 성장 속도가 유인원과 비슷하다는 기존 주류 이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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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발달 이후 유년기 길어졌다는 이론에 도전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리다. 고생물학계는 이 같은 특성이 인간이 고등 지식을 가지면서 나타난 특성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큰 뇌를 갖기 전부터 이미 짧은 유년기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앞으로 고생물학계가 인간 지능의 진화 과정을 두고 다시 격론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마르시아 폰세 데 리온 스위스 취리히대(UZH) 연구원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은 1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77만년 전 인류 조상의 치아를 분석한 결과, 초기 인류부터 현재와 같은 긴 유년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럽 싱크로트론방사선연구소(ESRF), 조지아국립박물관 연구진이 함께 진행참여했다.
인간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이미 1930년대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성인이 되기 전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침팬지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문명을 이룬 지금에야 느린 성장 속도가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 과거 인간이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시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성장 속도가 언제 느려졌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약 420만년 전부터 200만년 전까지 살았던 초기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다른 유인원과 비슷한 성장 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위스에서 발견된 120만년 전 인류 조상인 호모 안테세소르는 영장류보다 훨씬 느린 성장 속도를 가졌다고 확인됐다.
연구진은 2001년 조지아 드마니시 지역에서 발견된 177만년 전 호모 종(種)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했다. 이 화석은 발견 당시 호모 에렉투스로 분류됐으나, 추후 연구를 통해 가까운 별개의 종으로 재분류됐다. 177만년 전은 빙하기였던 플라이스토세 시기로 호모 종이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확산하던 시기다. 드마니시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벗어날 때 처음 지나는 지역으로 인류 이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연구진은 ESRF의 가속기를 이용해 두개골에 포함된 치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개골의 주인은 청소년기인 11세에 숨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아 데이터를 수집해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 연구도 진행했다. 치아는 성장하면서 나이테 같은 흔적을 남기는 데, 이를 이용하면 신체와 두뇌의 성장 속도를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현생 인류, 다른 유인원들과 성장 속도를 비교했다. 인류 조상의 성장 속도는 생후 5년간 현생 인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6세에서 11세까지는 유인원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며 청소년기가 빨리 찾아왔다. 인류의 성장 속도가 지금처럼 느려진 시기가 기존 120만년 전에서 177만년 전으로 늘어난 셈이다.
리온 연구원은 “인간의 유년기에 대한 최초의 진화적 증거가 발견됐다”며 “초기 인간 종의 성장 속도가 유인원과 비슷하다는 기존 주류 이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 용량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이전부터 성장 속도가 유난히 느렸다는 점은 고생물학자들에게는 풀지 못한 숙제다. 뇌 크기는 문화, 사회적 유대, 도구 사용 같은 고등 기술 습득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뇌 크기가 유인원보다 약간 컸던 당시 인류가 이미 긴 유년기를 보낸 증거를 찾은 만큼 학계의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연구에 활용된 두개골의 주인만 불명확한 이유로 치아 발달이 둔화됐을 수 있다”며 “현생 인류의 긴 유년기와의 연관성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진은 인간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 데 문화적, 행동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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