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에 기반한 산림경영과 온실가스 감축 기여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애플리케이션(앱) 알림을 받았다. 그 문자를 읽는 순간 참으로 놀랐으며 동시에 축하의 마음을 보탰다. 한강 작가가 쓴 '채식주의자'는 곳곳에 꽃, 잎, 뿌리 등의 소재로 인간의 폭력성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순수하고 평화로운 존재로서 주인공이 식물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소설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비폭력의 상징으로 종종 소설에 등장하는 식물, 그 중 대표적인 나무는 인간에게 주는 혜택도 크다. 나무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어 일정한 크기로 성장하면 건축·가구·종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나무는 생장하며 대기중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깨끗한 산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공익 기능을 제공한다. 나무는 이 특별한 능력으로 현재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산림청은 1967년 개청 이후 조림 및 숲가꾸기 정책을 통해 전국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한국전쟁 후 황폐한 토지를 푸른 산으로 복원하기 위해, 1973년에 제1차 치산녹화계획을 마련해 시행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정성을 오랫동안 기울였다.
그리고 매년 심고 가꾼 나무의 양을 기록한 '산림임업통계연보'를 1968년부터 발간하고 있다. 이 책에는 조림, 숲가꾸기, 목재 생산 등이 기록돼 있다.
산림경영활동에 대한 통계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분석하면 산림 정책이 숲의 생장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나무의 키와 가슴높이의 지름 길이를 통해 추정하는 나무의 양(임목축적)은 숲의 생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며, 온실가스 흡수량을 산정하는 데 꼭 필요한 인자이기도 하다.
산림청은 올해 그동안 산림임업통계연보를 분석해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임목축적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검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림, 어린나무가꾸기, 큰나무가꾸기와 같은 각각의 산림경영활동이 시차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임목축적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림자원분석에서 한국의 임목축적 증가율(196%)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산림정책은 산림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도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 산림을 포함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산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국제 사회는 각국이 설정한 그 목표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검증하는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장기간 관리해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제기준(IPCC) 방법론에 따라 산림부문 국가 온실가스 통계와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파리협정의 투명성 체계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제출해야 할 격년투명서보고서(BTR)에도 2021년 산림부문 순흡수량(CO2eq) 4100만톤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줄여야 할 온실가스 목표량(2억9100만톤)의 약 14%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오랜 시간 누적된 데이터는 인공지능(AI)기술과 접목해 산림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에 대한 추세와 산림변화를 알아보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계획이다.
산림경영과 관리를 위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데이터 관리는 매우 중요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산림 현안을 해결하는 데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산림청은 앞으로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활동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통한 데이터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임상섭 산림청장 limss70@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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