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서정아트, 홍순명·유르겐 스탁 2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책에서 전시 제목을 따온 홍순명(65)·유르겐 스탁(46) 2인전은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시간성을 붙잡아 다면적 관념을 제시한다.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서정아트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독일 대표화랑인 콘라드 피셔 갤러리(Konrad Fischer Gallery)와 협력으로 진행된다.
동양과 서양에서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살아왔지만 두 명의 작가는 시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해 오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홍순명은 회화, 사진,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한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여러 레이어를 쌓아 올려 세대의 기억과 경험이 중첩되고 사건의 풍경이 혼재되는 이미지를 선보인다.
유르겐 스탁은 소리,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개념적인 작업을 통해 언어와 소리가 문화적, 지역적 맥락에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고 전달되는지를 실험한다. 형이상학적인 시간의 개념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미적 수단으로 활용하여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구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홍순명
중첩된 시간을 드러내는 연작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지역의 노예가 바다에서 노동하는 모습을 담은 과거의 사진과 자신이 바다를 거닐던 어느 여유로운 날의 사진을 화면에 겹쳐 놓았다. 바다라는 공통된 장소에서의 각자의 시간은 완벽하게 분리된 차원의 두 현실을 마주하게 하면서 잊혀서는 안될 사건을 화면 내에 상흔처럼 남기고 중첩하여 기억하게 하는 장치다.
홍순명은 파리 국립 고등미술학교인 에꼴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에서 수학, 서울과 유럽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2015년 제1회 전혁림미술상, 2016년 제17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호암미술관, 잇시 레 물리노 시립미술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산타페 아트 인스티튜트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유르겐 스탁
태양 빛이 사물에 비추어 생긴 그림자를 통해 시간의 이동을 추측할 수 있게 한 작품은 꽃병 앞에 펼쳐진 노트 위에 그림자가 잠시 머무르고 사라지지만, 찰나의 시적인 순간이 우리의 인식 속에 영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와 함께 '모아레(Moiré)'는 천의 특정한 패턴이 겹치며 발생하는 찰나의 시각적 오류를 미적 도구로 치환한다. 왜곡된 이미지로 간주되는 순간을 변칙성과 일시성의 아름다움을 조형적으로 전한다. 변칙적인 형상의 '모아레(Moiré)와 달리 '솔라 카피(SOLAR COPY)'연작은 몽골 고비 사막에 등장한 변종 식물들의 그림자를 기록하며 생태계 속 변이를 시간 안에 기록했다.
독일 뒤셸도르프에서 작업하는 유르겐 스탁은 쿤스트 아카데미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콘라드 피셔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정아트 이준기 큐레이터는 "찰나의 순간인 시간의 기억을 중첩하고 일시성의 아름다움을 조형적으로 담아낸 2명 작가의 작품들은 무의식을 깨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감각하게 하는 현대미술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2월24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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