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착용 거부’ 여성 전담 정신병원 연다
이란 정부가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을 전담하는 정신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저항을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이란 당국의 탄압적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인터내셔널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히잡 미착용 중단 클리닉’이라는 이름의 치료시설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엄격한 종교 실천을 강조하는 정부 기관인 권성징악본부가 운영한다. 본부의 여성가족부서장인 케흐리 탈레비 다레스타니는 이 시설이 “히잡 거부에 대한 과학적·심리적 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특히 10대나 젊은 성인 중 이슬람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당 시설이 히잡 착용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단정한 옷을 자신 있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란 당국은 히잡 강제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저항을 ‘정신질환’으로 낙인찍고 있다. 이달 초 테헤란 소재 이슬람 아자드 대학에서는 한 대학생이 속옷 차림으로 히잡 단속에 저항하다 체포됐는데, 논란이 커지자 이란 정부는 그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가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란에서는 2022년 대학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크게 확산했다. 정부는 이를 강경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히잡 착용 거부를 인증하는 등 저항이 표출됐지만, 당국은 이들을 ‘정신질환자’로 규정해 정신과 치료를 명령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발표 역시 2022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표출된 여성들의 저항을 억압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라며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정신건강 관련 4개 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을 정신질환자로 보는 정부의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신질환 진단은 정신과 의사의 권한이지 판사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히잡 착용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이란 당국이 여성과 소녀들을 수시로 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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