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비트럼프계…일부 ‘마가 정책’ 제동 가능성

김원철 기자 2024. 11. 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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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비트럼프계 존 슌 의원이 선출됐다.

엔비시(NBC) 뉴스는 "슌 의원의 당선은 상원 공화당이 하원 공화당처럼 '마가' 조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 보여준다"며 "상원이 트럼프 당선자의 일방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슌 의원에게 패한 존 코닌 상원의원도 엔비시에 "필리버스터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한다. 논란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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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럼프계 존 슌, 친트럼프계 릭 스콧 꺾어
당선 기자회견서 “필리버스터 유지” 천명
13일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슌 의원(사우스다코타)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하자 기자들이 따라붙어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비트럼프계 존 슌 의원이 선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열성 지지자들이 후원한 친트럼프계 릭 스콧 의원은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슌 의원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필리버스터 폐지론’을 일축했다. 대부분의 법안이 상원 통과를 위해 60표가 필요하다는 의미라서 ‘트럼프표’ 정책 실현에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13일(현지시각) 공화당은 결선투표 끝에 슌 의원을 상원 ‘1인자’인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스콧 의원은 1차 투표에서 3등에 그쳐 일찌감치 탈락했다. 그는 오랫동안 직전 상원 원내대표였던 미치 매코널 의원을 비판해왔고,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구호) 진영과 연대해왔다.

미치 매코널 의원 원내대표 시절 상원 ‘2인자’인 원내총무를 지낸 슌 의원은 상원의 전통을 존중하는 ‘제도주의자’로 분류된다. 트럼프 당선자의 ‘2020년 대통령선거 조작설’에 공개 반대하는 등 트럼프 당선자와 한때 각을 세운 인물이다. 다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선 트럼프 당선자와 긴밀히 공조할 거라고 약속했다.

슌 의원의 당선엔 소신투표를 가능하게 한 ‘비밀투표’가 일정 역할을 한 거로 보인다. 공개투표로 진행된 하원의장 당내 선거에선 만장일치로 친트럼프계 마이크 존슨 현직 하원의장이 재신임을 받았다. 존슨 의장은 내년 1월3일 본회의에서 과반(218표)을 얻으면 연임이 확정된다. 엔비시(NBC) 뉴스는 “슌 의원의 당선은 상원 공화당이 하원 공화당처럼 ‘마가’ 조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 보여준다”며 “상원이 트럼프 당선자의 일방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슌 의원은 당선 뒤 첫 기자 회견에서 “필리버스터 유지”를 확언했다. 슌 의원뿐 아니라 다수 공화당 상원의원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필리버스터 유지 의사를 천명했다.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슌 의원에게 패한 존 코닌 상원의원도 엔비시에 “필리버스터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한다. 논란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상원에만 존재한다. 이를 중단시키려면 재적 5분의 3, 즉 ‘60표’가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첫 임기 전반기 때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자 ‘필리버스터를 없애라’고 상원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유지 쪽에 서는 데에는 공화당의 핵심 과제들이 ‘60표’ 규정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거로 보인다. 예를 들면, 연방 대법관·연방 판사·내각 등의 인준에는 51표면 충분하다. 예산과 관련된 특정 법안은 51표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특별 입법 절차가 있는데 이를 통해 세금 감면 및 지출 관련 법 개정도 가능하다. 향후 민주당이 상원 권력을 되찾았을 때 진보적 정책을 저지할 최후의 방어막으로 보는 시각도 필리버스터 지지 여론에서 한몫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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