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8년 만에 '트라이펙타'…트럼프 아무도 못 막는다
트럼프 집권 1기 이어 2기도 '통합정부'로 출발,
"대통령 무리한 정책 브레이크 장치 없다" 우려
미국 공화당이 8년 만에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트라이펙타(Trifecta·3연승)'를 달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 주요 의제들을 가로막을 브레이크가 사라진 만큼 백악관 재입성 첫날부터 그동안 공언해 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민·세금 등 미국 내부 정책뿐 아니라 무역·안보 등 분야까지 트럼프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되면 전 세계 불확실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CNN·NBC·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 하원 선거(총 435석)에서 개표 9일 만에 공화당이 과반 의석인 218석을 확보해 다수당으로 확정됐다. 지난 5일 동시에 치러진 미 대통령·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통령과 연방 상원을 승리한 데 이어 하원까지 장악한 것이다.
민주당은 208석을 얻는 데 그쳐 하원 다수당 탈환에 실패했다.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은 9곳의 경우 공화당이 4곳에서, 민주당은 5곳에서 각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양당이 각각의 우세 지역에서 남은 의석을 따낸다고 가정하면 하원 내 공화당은 222석, 민주당은 218석으로 종전과 똑같아진다.
미국에선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 다수당이 같은 정당인 상황을 '통합정부(Unified Government)라고 부른다. 통합정부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다. 1867년 미국 공황 이후 진행된 선거에서 통합정부는 48차례(공화당 26회·민주당 23회)로 상·하원 다수당이 갈린 경우(38회)보다 더 많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반 2년(2021년 1월~2023년 1월)도 민주당이 행정·입법 권력을 장악한 통합정부로 운영됐다.
현재 미국은 민주당 행정부에 상원 다수당은 민주당,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완패한 공화당은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했고, 이번에 백악관과 의회 양원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미 의회는 법안 발의·심의권을 독점하고 정부 예산을 심사·승인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하원을 분점할 경우 백악관에 대한 견제가 가능한 배경이다. 바이든 정부도 2022년 공화당에 하원을 빼앗긴 후 주요 의안 처리 때마다 난항을 겪었다.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행정명령 서명을 통해 '트럼프 2기' 구축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 국경 장벽 건설, 특정국 국민 미국 입국 금지 등에 대한 행정명령 발동이 가장 유력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철회한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이번엔 대통령이 공무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도 발동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화당이 양원을 쥐고 있는 만큼 트럼프의 주요 공약 중 의회 승인이 필요한 반도체법(칩스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 교육부 폐지, 세금 감면, 관세 인상,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개정 등 추진도 수월할 전망이다. 현 바이든 정부에선 하원 내 강경 우파 공화당 의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지만 트럼프 집권 2기엔 이들이 각종 의제를 앞장서 추진하는 해결사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가 전면 지원해온 우크라이나 관련 의제도 방향이 바뀔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수년간 이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경쟁자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가드레일(견제장치) 없는 트럼프는 위험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단순한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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