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미’ 업고 강공…민주당 “상법 개정안 ‘국장 부활法’으로 명명…재계 반대에도 간다”
진성준 “상법 개정안, 주식시장 선진화 위해 필요…기업 지배구조 너무 후진적“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표 코리아 부스트업’法…국장 폭락 속 여론이 힘 실어줄 것”
(시사저널=변문우·강윤서 기자)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당론 추진한다. 특히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이 국내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개정안 네이밍을 '국장(국내 주식시장) 부활법'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해당 법안 개정은 기업 이사진들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재계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우클릭'을 통해 외연 확장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딜레마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상법 개정이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각오다.
野 "증시 선진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를 더 보호할 수 있는 효과는 물론 한국 증시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금투세 폐지' 입장을 공식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 1500만 주식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증시가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민주당 지도부는 상법 개정안을 '국장 부활법'으로 명명하고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4일 의원총회 직후 시사저널과 만나 "우리 당은 그간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약칭 '국장 부활') TF'를 통해 상법 개정안 등을 준비해왔다. 이번 상법 개정안도 '주식시장 활성화 법안'(국장 부활법) 이렇게 명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계와 계속 소통을 해야겠지만, 그들이 반대한다고 못할 일은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이렇게 후진적이어서 되겠나"라며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해당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 성문화 ▲상장회사에 대해 독립 사외이사의 의무 선임화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단계적 확대 ▲대기업(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활성화 ▲상장회사 전자투표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재계는 민주당 당론대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주주들이 주가 하락, 투자 성과, 배당 지급액 등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명분으로 법적 행동을 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국내 상장사 153곳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상법 개정안 도입 시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61.3%로 나타났다.
이사가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어지는 측면도 재계가 난색을 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주주뿐 아니라 외국계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 국민연금 등이 주주 이익에 소홀하다는 명분으로 이사진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여론은 우리 편"…기업 배임죄 폐지 '당근' 꺼낼 가능성도
이처럼 재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각오다.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계 쪽에서 반발할 것을 알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고 선진국은 전부 다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소속 민주당 의원도 시사저널과 만나 "의원총회에서도 개정안 속 일부 문구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있었지만, 상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다들 공감했다"고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은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독립성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면서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민주당표 코리아 부스트업'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지난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두산과 고려아연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상법 개정은 한시가 급한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은 '국민 여론'도 지원사격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업 저항이 당연히 있다는 판단을 하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여론을 등에 업고 가야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여론은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금투세를 놓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물러서거나 타협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라 강하게 드라이브 걸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들도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 주식이 안 좋은 핵심 원인은 기업이 제대로 일을 안 하면서 시장의 기초 체력이 많이 약해져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액면 분할 등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주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이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라고 볼 수는 없으며, 국민 여론도 호의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최근 대권 행보로 '외연 확장'을 강조하는 만큼, 좌클릭(상법 개정) 직후 다시 우클릭(기업 배임죄 폐지) 전략을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이 대표는 11일 손경식 회장과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배임죄 폐지까지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개정에 대한 반대급부로 배임죄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상법 개정안 속 이사 충실 의무 대상과 관련한 문구에 대해선 활발한 설전을 벌였으나, 기업 배임죄 폐지 여부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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