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합심이 만든 ‘KIA V12’… 우승 원동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졌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 왜 지금껏 없던 동작이 나오지”
사상 초유의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경기가 나온 지난 10월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 KIA 전력분석팀과 코칭스태프에 비상이 걸렸다. 팀의 리드오프이자 공격 선봉장 몫을 해야 할 박찬호의 타격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선수가 긴장하고 있고, 그 긴장이 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한 경기가 문제가 아니라 시리즈 전체가 걸린 사안이었기에 KIA의 위기 의식은 제법 컸다.
이런 경우는 코칭스태프가 선수와 면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수정이나 안정을 권유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KIA의 접근법은 달랐다. 조승범 KIA 코치는 “박찬호가 긴장해서 그런지 1차전에서 평소 안 하던 동작들이 나왔다”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바로 영상을 보여줬다. 선수도 문제점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나도 왜 저러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문제점을 확인한 박찬호는 차분하게 타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3차전 이후 맹활약하면서 한국시리즈 5경기를 타율 0.318, 출루율 0.375라는 원래 자신의 성적으로 끝내며 우승에 일조했다.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지만, 사실 이는 10개 구단 중 KIA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었을지 모른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최신 트래킹 시스템인 ‘호크아이’가 설치되어 있다. KBO리그에서는 유일하게 KIA만 호크아이를 쓴다. 메이저리그는 레이더 방식 시스템으로 ‘스탯캐스트’ 시대를 열었지만, 근래에는 초고속 카메라 분석 기반으로 선수들의 동작 분석까지 가능한 호크아이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도입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게임데이에 갑자기 그라운드 내 선수들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것 또한 호크아이 시스템 도입 덕이다. KBO리그 구단 중에서는 KIA가 가장 최신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KIA 관계자들은 호크아이 시스템 도입 이후 많은 것이, 그것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선수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추적한다. 기존 트래킹 데이터는 아무래도 숫자가 주가 된 경우가 많았다. 구속·회전수·수직 무브먼트·타구 속도·발사각과 같은 값이다. 하지만 호크아이 시스템은 기본적인 숫자는 물론 타격이나 수비, 주루에서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쫓아가다보니 나오는 정보의 양이 훨씬 더 방대하다. 평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잡동작까지 훤히 잡힌다. 또한 주루 동선, 수비시 첫 발 스타트 등 여러 가지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가진 장점이다.
김잔 KIA 전력기획팀장은 “경기 자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의 양은 기존의 레이더 기반 시스템보다 더 많다. 사실 모든 팀이 전력 분석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그래서 호크아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했던 것 외에 우리가 도전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실제 주루 플레이를 할 때는 매번 직선으로 뛰는 게 아니다. 어떤 곡선을 그리면서 뛰는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수비다. 외야 같은 경우는 타구 반응 속도라든지 첫 스타트를 어디로 끊는지 등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존 레이더 기반 방식보다는 수비나 주루 쪽의 데이터가 있어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들은 가지지 못한 데이터를 KIA는 확보해 더 세심한 전략을 짤 수 있었던 셈이다.
현장에서 참고해 실전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그 숫자와 영상을 보는 눈의 수준도 높아졌다. 조승범 코치는 “상대 전력 분석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상태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시리즈 상대 전력 분석은 똑같이 했다.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면서 “경기 중에도 데이터 팀이 계속해서 자료를 취합하고, 특이 사항이 있으면 벤치에 전달한다. 다른 팀들도 다 마찬가지지만 호크아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폭이 가장 넓다”고 설명했다.
조 코치는 “예를 들어 타격 파트에서 가장 많이 활용했던 것은 투수와 타자의 타이밍이다. 투수의 릴리스 시점에 타자가 어디까지 준비가 되어 있는지 보고 타이밍을 판단할 수 있다”면서 “가장 좋을 때의 데이터와 영상은 다 가지고 있다. 선수들이 이를 비교하면서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타이밍이 들쭉날쭉한 게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서 다 보인다. 선수들은 이 영상을 보고 타이밍을 당기거나 뒤로 밀며 조정할 수 있다. 조 코치는 “선수들에게 감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선수들의 이해도도 굉장히 높아졌다. 조 코치는 “특히 투수들이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사실 KBO리그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방대한 영상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고, 이를 현장에 유의미한 값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원들이 밤낮으로 편집 작업을 해야 했다. 다른 팀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업무량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김잔 팀장은 “솔직히 모든 팀들이 다 그렇게 하기는 하지만, 사실 일은 엄청 고되다”고 웃었다. 그러나 구단이 다른 팀보다 더 고가의 장비를 과감하게 투자해줬고, 그런 책임감 속에 최대한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3년 동안 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이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김 팀장은 모두가 합심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어떤 정보를 제한된 시간대 안에 효과적으로 짧은 메시지를 보낼까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작업을 위해 1년 동안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야구인·비야구인 할 것 없이 진짜 집중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면서 “모든 팀들이 다들 열심히 하지만 우리도 정말 열심히 했고 간절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하나 간절하게 하지 않았나는 생각을 진심으로 한다”면서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KIA의 시선은 이제 경기장 내의 데이터에 머물지 않는다. 육성 전반으로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평 2군 시설에 돈과 사람을 투자하고, 또 최신 트렌드 기법이 있다면 배움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존 구성원들도 자기 전문 분야에 과학적 접근 방법을 가미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장비에 대한 투자는 물론, 그 장비를 운용하고 이끌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김 팀장은 “사실 가장 쉽게 돈을 쓰는 건 FA를 사는 것이다. 하지만 최준영 대표이사께서 오신 이후 돈도 돈이지만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해보자는 공감대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많이 신경을 쓴 게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보면 값비싼 FA 선수라든가 특정 선수에 의존한다는 이미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선수들, 또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 진짜 육성에 몰입하고 자기 발전에 몰입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흐뭇해했다.
돈을 써서 1년 우승할 수는 있다. 그러나 KIA가 꿈꾸는 ‘롱런’은 기반이 단단해야 가능한 일이다. 2024년 KIA의 우승 과정은 그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우승으로 얻은 구성원의 자신감과 확신은 더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음주 뺑소니' 김호중, 실형 선고 불복…징역 2년6개월에 '즉시 항소' - SPOTV NEWS
- 최현욱, 노출 사진 게시→삭제 해프닝…"별도 입장 없다"[공식] - SPOTV NEWS
- 권유리, 7kg 늘린 비주얼이 이 정도 "겨울철 액션, 기초체력 위해"('이한신') - SPOTV NEWS
- [단독]김병만, 전처 폭행 혐의로 검찰 송치…전처 "거짓말 그만하길" - SPOTV NEWS
- 이승기, 처가 논란에 선 긋기 "와이프와 독립된 가정, 엄연히 처가의 일" - SPOTV NEWS
- '흑백요리사' 정지선, 남편에 재산 명의 다 줬는데…"7년간 각방, 대화 단절"('돌싱포맨') - SPOTV NEW
- 벤 "출산 6개월 만에 이혼 결심…딸 낳고 용기 생겨"('이제 혼자다') - SPOTV NEWS
- "말도 안돼" 이연희, 출산 후 두 달 만에 더 예뻐진 근황 공개 - SPOTV NEWS
- 송가인 "내 이상형=김종국, 돈은 내가 벌면 된다"('미우새') - SPOTV NEWS
- "아빠 똑닮" 박수홍, 최연소 광고퀸 ♥전복이 사진 공개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