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미'의 하락세...시청률 부진 먹구름 낀 KBS 수목극 [IZE 진단]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KBS 수목극에 먹구름이 끼었다. '페이스미'가 시청률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시청률 부진 위기다.
KBS 2TV 수목드라마 '페이스미'(연출 조록환, 극본 황예진)가 방송 2주차, 3회 시청률이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2회 연속 시청률 하락을 기록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1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페이스미' 3회 시청률은 2.3%의 전국 일일 시청률을 기록했다. 직전 방송분(11월 7일) 2회 시청률 3.1%보다 0.8% 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수도권 기준 시청률은 2.1%다. 전국, 수도권 시청률 모두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페이스미' 3회는 이날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3사(KBS, MBC, SBS) 프로그램 중 가장 낮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기준)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은 3.1%를 기록했으며, 방송 시간(오후 10시대)이 일부 겹친 MBC '짠남자'는 2.4%,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5.3%를 각각 기록했다. 이와 함께 동시간대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 12회는 3.1%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페이스미'는 냉정한 성형외과 의사 차정우(이민기)와 열정적인 강력계 MZ 형사 이민형(한지현)이 범죄 피해자 재건 성형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쫓는 공조 추적 메디컬 드라마. 주연배우 이민기, 한지현 이외에도 이이경, 전배수, 하영, 강다현, 김윤서 등이 출연 중이다.
'페이스미'의 주연 이민기는 이번 작품에 앞서 지니 TV 오리지널 '크래시'로, 한지현은 tvN X 티빙 오리지널 '손해 보기 싫어서'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배우는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를 펼치면서 시청자들에게 각자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표정, 감정 연기를 펼치면서 시청자들을 캐릭터와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작품으로 시청자의 기대감을 높인 두 주연 배우가 펼칠 활약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관심은 첫 방송 후 떠나는 모양새다. 극 중 다룬 사건, 이를 풀어가는 주인공의 활약, 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조합은 방송 초반이지만 벌써 삐걱 소리가 난다. '공조인데, 왜 따로 놀아?'라는 분위기다.
또한 빠른 전개를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주인공의 배경 설명에만 3회를 소모해 맥이 빠지게 한다. 1, 2회에서 그려진 남자 주인공의 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3회에서 그의 과거, 서사를 풀었다. 1회 두 주인공에게 가졌던 흥미는, 2회, 3회를 거치며 반감됐고, 지루함마저 느껴진다.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는 후반 설정을 위해 아쉽지 않을 설정이겠지만, 이 드라마는 총 12부작이다. 3회, 1/4을 주인공 설명하는데 소비했다.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과는 정반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빠른 전개와 회차마다 인물들의 관계성을 '설명'보다 간결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더했다. '정년이'도 총 12회로 빠르고 압축된, 사족은 과감히 쳐냈다. 장황한 설명 없이도 시청자들이 극 흐름, 인물에 충분히 동승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굳이 풀고, 풀어서, 설명하고 또 설명할 필요없이 대사 하나, 장면 하나로도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 작가, 연출 그리고 배우가 보여주는 기술이다. 애청자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지점이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할 틈을 뺀 적절한 기술인 셈.
주인공들의 케미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이민기, 한지현이 열연 중이지만 묘하게 서로 엇나가는 분위기. 수사 공조를 이루면서 범인을 찾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게 되는데 묘하게 이들 감정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지현이 이전 작품에서 맡았던 캐릭터와 달리 이성형인지, 감성형인지를 갈팡질팡한 모양새다. 명확한 선을 그어놓지 않으니 시청자들도 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과정이 갈팡질팡이다. 이민기 또한 캐릭터의 서사에 발목이 잡혀 매력 봉인된 모습이다. 배우들의 열연만으로 '페이스미'의 본방사수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페이스미'는 볼수록 아쉬움이 남는다. 1회에서 호기심이 잔뜩 부풀었지만, 이 호기심이 2회부터 푹 꺼진다. 달릴까, 말까하는 극 전개는 속도감이 없다. 어디가 요즘 트렌드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지난 8월 '완벽한 가족'으로 2년만에 부활한 KBS 수목극. '완벽한 가족'은 자체 최고 시청률 3.1%(12회. 9월 19일), 자체 최저 시청률 1.8%(11회. 9월 18일)를 기록했다. 방송 중 2%대 시청률도 간신히 지켰을 만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영향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후속으로 방송된 '개소리'가 자체 최고 시청률 4.6%(6회, 10월 10일), 자체 최저 시청률 3.3%(11회, 10월 30일)를 기록하며 '재밌는 드라마는 본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개소리'로 벼랑 끝에 서 있던 KBS 수목드라마가 간신히 추락을 멈췄다. 이어 조금이나마 돌아온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안고 공개된 '페이스미'로 다시 추락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겨우 방송 2주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방송 1주차에도 화제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방송 2주차를 보내게 됐다. 다가오는 방송 3주차는 극의 반을 넘는 시점이다. 반환점을 돌면서, 극적인 반등으로 또다시 드리우는 먹구름을 털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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