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혜경 선고 앞두고 “희생 제물 된 아내…죽을 만큼 미안하다”

이 대표, 페북에 장문의 글 남겨…“대선 패배 후 수사 보복 시작”
“재판 준비하는 아내 볼 때마다 숨 막혀…혜경아, 사랑한다”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초자치단체장 교육 행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아내 김혜경씨에 대해 "(아내가) 먼지털이 끝에 희생 제물이 됐다"면서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선에서 패배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 동안 100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 대해 "가난한 청년 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라고 표현하며 운을 뗐다.

그는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 표적에 추가됐다"며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 제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내는) 세상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회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며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안 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할까"라며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돼서야 체감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김씨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면서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라며 글을 끝맺었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김씨는 지난 2021년 이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