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에 불놓기…축제니깐 봐달라는 제주도의회

허호준 기자 2024. 11. 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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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 행사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 청구 조례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했으나,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했다.

제주도는 제주시 애월읍 주민 1283명이 청구해 제주도의회를 통과한 '목초지(오름) 불놓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재의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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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제주도 조례안 재의 요구에 “유감”
산림청 “산림보호법상 원칙적 금지” 유권해석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 모습. ‘오름 불놓기’가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불놓기 행사 복원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제주도가 재의 요구했다. 제주시 제공

제주 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 행사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 청구 조례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했으나,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했다.

제주도는 제주시 애월읍 주민 1283명이 청구해 제주도의회를 통과한 ‘목초지(오름) 불놓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재의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도는 도의회의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도 상위법인 ‘산림보호법’과 상충을 우려해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조례안은 ‘목초지 불놓기’ 행사 진행 여부를 자치단체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적인 산불 경보 발령 또는 기상 악화 등으로 행사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개최 시기나 기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는 들불축제의 개최 시기와 장소, 콘텐츠 등을 규정한 이 조례안이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을 침해하고 산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산림청은 제주도의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산림보호법상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축제 목적 불놓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22일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같은 날 제주도지사에게 이송됐다. 그러나 도는 법리 검토 끝에 이를 거부하고 도의회에 재결을 요구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 7일 제주도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제주들불축제 주민청구 조례와 관련해 “도정이 추진하는 정책 기조 방향과 부합하는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맞는 축제의 새로운 유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들불축제 장소를 지역구로 둔 고태민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에 불놓기를 명시한 것 자체가 상위법 충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허가 절차에 따라 불놓기 행위가 이뤄지면 상위법에 따른 합법적 행위로서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제주도의 재의 요구에 유감을 표명했다.

도의회는 도의 재의 요구에 따라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을 상정해 재표결하게 됐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지방의회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재의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돼 이 기간 안에 본회의 상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조례를 공포할 수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옛 북제주군에서 시작됐다. 이 축제의 절정인 오름 불놓기는 중산간 지역 목초지에 불을 놓아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앴던 전통적인 제주의 목축문화에 착안해 오름 한 면을 태우는 현대적 축제로 기획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정당 등은 대규모 불놓기가 기후변화 흐름에 역행하고, 오름 훼손과 생태계 파괴 등 환경훼손을 야기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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