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유족, ‘특별근로감독·진상규명’ 요구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다 올해 취업해 안정적 체류자격을 얻었지만 최근 산재로 숨진 몽골 청년 노동자 강태완씨(32·몽골명 타이왕) 유족이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씨 어머니 이은혜씨(62·몽골명 엥흐자르갈)는 14일 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아들이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었으니 제대로 조사해서 밝혀달라. 내 억울함,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이주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도 참여했다.
강씨는 지난 8일 오전 11시쯤 전북 김제시 소재 특장차 제조업체 ‘HR E&I’에서 10t짜리 무인 건설장비를 시험하기 위해 장비를 이동시키던 중 장비와 야적돼 있던 고소작업차량 사이에 끼여 숨졌다. 다섯 살이던 1997년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강씨는 20여년간 체류자격 없이 지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HR E&I에 취업해 거주(F-2) 체류자격을 받았다.
이씨는 “아들이 비자 받기 전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가 이제 힘들게 비자 받아서 잘 살아보려 했는데…. 이제 좀 살게 됐는데 하루아침에 죽어버렸다. 우리 아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회사의 온전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사고가 났는지, 사고 전후의 상황은 어땠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회사에서 보여준 폐쇄회로(CC)TV는 사고 순간에 끊겨 있었고, 경찰과 회사의 사고 당시에 대한 설명도 다르다. 회사는 노동부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며 말을 삼갔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회사 책임을 낱낱이 밝혀달라. 태완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2022년 2월부터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법무부 구제대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왜 미등록 이주아동 정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가. 전면적으로 체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11121311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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