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11. 14. 14: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최근 한중 관계 개선 의지 신호
무비자 시행 이어 주한대사도 급 높여
APEC·G20서 韓中 회담 가능성까지
트럼프·북러 밀착 대응 위해 韓 활용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신호를 연이어 보내고 있다.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전격 포함한 데 이어, 신임 주한 중국대사에 전임보다 급이 높은 인사를 내정하면서다. 중국은 대중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북·러 밀착 구도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양국 관계가 새 국면으로 들어설지 주목된다.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15일부터 잇달아 열리는 페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오전 베이징에서 출국했다. 시진핑은 이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다양한 국가 수장들과 회담할 예정인데, 윤 대통령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을 열심히 협의 중”이라며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시진핑의 양자 회담이 이뤄지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 이후 2년 만이 된다. 지난해에는 정상회담 대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3분가량 대화를 나누는 데 그쳤다. 내년에도 한·중 정상회담이 사실상 예정돼 있다.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참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양국 수장이 연이어 머리를 맞대는 만큼, 한·중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022년 11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대통령실 제공

최근 들어 중국은 한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명단에 전격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일부터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는 여행·비즈니스 등의 목적일 경우 비자 없이 15일 이내 중국 방문이 가능해졌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무비자 조치는 양국 간 상호 면제 협정에 따라 진행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이 낮고, 중국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자 일방적으로 한국인에 자국 문턱을 낮춰준 것이다.

신임 주한 중국대사 인사 역시 중국 나름의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표를 신임 주한 대사에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어에 능통한 싱하이밍 전 주한대사와 달리 다이 부대표는 ‘한반도통’은 아니다. 하지만 유엔 대표부 부대표들 가운데 가장 높은 부대표이고, 본부에서 국장을 역임한 중량감 있는 인사다. 싱 전 대사의 경우 본부에서 부국장까지만 지냈고, 몽골 대사를 거친 뒤 한국 대사로 부임했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비어 있는 주한 대사 자리를 두고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운용할 수 있는 인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격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던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무역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중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해 둬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듯하다”라고 했다.

실제 중국은 2018년부터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대열에 참여한 호주와 갈등을 빚어왔지만, 지난해부터 본격 화해 무드에 돌입했고, 올해 6월엔 호주·뉴질랜드를 일방적 비자 면제 국가 목록에 포함했다. 9월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금지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경 문제로 갈등 중인 인도와도 지난달 국경 순찰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시진핑은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5년 만에 공식 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구도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기 한 달 전, 한국과 중국 외교수장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과의 관계에 이상 기류가 생긴 만큼, 한반도 고립을 피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경기 부진으로 한국과의 투자·인적 교류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중국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 당시 ‘싱가포르 렉처’에 강연자로 나서 “중국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이 틀림없다”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신임 주중 한국대사로 내정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