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상급종합병원 안 가도 되도록"…2차병원도 구조전환(종합)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3년간 500억 투자
중대과실 위주 형사체계…심의위 통해 판단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이어 의료 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2차 병원과 전문병원 등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필수의료 분야 기피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사법리스크' 완화를 위해 형사책임은 중대과실 위주로 체계를 개편하고 중대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잇는 조직 신설 방안도 논의해 나간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제7차 회의를 열고 지역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적 개혁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8월 발표했던 1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개혁 방안을 담고 있다면 이번 7차 회의에서는 2차 병원의 구조개혁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를 통해 "지역 내에서 의료기관들이 1차, 2차, 3차 가릴 것 없이 무한경쟁을 하는 상황인데 이제는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자원이 제대로 쓰이게 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먼저 2차 병원 육성을 위해 질환·증상의 포괄성, 중증도, 수술 역량, 적정 재원 일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2차 병원 역할 재정립을 추진한다. 또 의료 질 평가, 종별 가산제도 등을 개선해 우수한 2차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불리한 평가 및 보상을 받지 않도록 보상체계의 근본적 개편을 병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3차 병원이 없는 2차급 병원 주도형 비수도권 지역에 역량 있는 2차 병원을 선정해 24시간 진료 지원 유지를 위한 수가 적용, 응급수술 등 수가 인상, 지역 가산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에 종합병원과 병원급이 1700여개 있지만 사실 병원 구분 기준에 있어서 하드웨어적 분류 외에 진료 역량 등을 보는 기준은 없는 상황"이라며 "초고난도가 아닌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특화 병원 역시 목적과 기능에 따라 재분류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뇌혈관, 화상, 심장, 아동 등과 같이 공급 또는 수요가 부족해 인프라 유지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보상 강화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일반질환 중심 전문병원 개편 방안도 마련한다.
감염병, 암 등 특화기능과 국가 필수의료 정책 총괄 등 정책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지방의료원 등 2차 공공병원 거버넌스 지원책 또한 마련하기로 했다. 회복기 과정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아급성 기능에 대한 성과 지원 강화도 논의한다.
기능·성과에 따른 보상을 위한 구체적 지불제도, 수가 개선 방안은 의료계 등 현장과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화할 예정이다.
각 의료기관 협력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의료 정보와 인력 공유를 촉진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권역당 3년 간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환자 진료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EMR 연계 허브 구축 정보 지원도 추진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그간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과 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제시됐던 의료사고 소통 활성화, 의료분쟁조정제도 혁신 방안, 충분한 배상 체계 등을 신속하게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환자 대변인제를 신설하고 의료감정 절차를 개선하는 등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입법하기로 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소모적인 소환 조사를 줄이는 의료사고 사건 수사 및 절차 개선 방침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가칭)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중대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제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필수의료 분야는 명백한 주의 의무 위반과 이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상당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 기소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했으며, 반의사불벌은 의료행위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되 사망사고는 필수의료 분야로 한정하고, 망자 의사 대리가능 여부에 따라 적용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소송 전 단계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실체를 좀 더 규명할 기회와 여건이 많아지고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 등에 대해 논의가 많은데 우리도 법무부와 논의하면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책임보험 가입, 진료기록 교부, 분쟁조정제도 참여 등에 대한 의견도 모아졌다.
의개특위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제8차 회의를 열고 지역·필수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비급여·실손 개선방안 등 개혁과제별 구체적 실행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단체가) 아직 공식, 비공식적으로 특위에 참여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의료개혁이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고 의료계도 공감대를 갖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빨리 논의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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