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만 웃었다”… 트럼프 중동 인선 살펴보니
중동 경험 없지만 모두 親이스라엘 인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동 지역의 외교 인선을 마무리했다. 트럼프는 차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69)를, 중동 특사엔 유대계 사업가인 스티브 위트코프(67)를 지명했다.
1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허커비와 위트코프는 해당 지역에서의 공식 정책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러나 두 외교 인사 모두 중동의 특정 국가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허커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반대
개신교(침례교단) 목사 출신인 허커비는 아칸소주 부지사로 정계에 입문한 후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아칸소 주지사로 재임했다. 지난 2008년과 2016년, 두 차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내고 현재 아칸소 주지사로 지낸 새라 허커비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마이크 허커비는 유대계는 아니지만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인사로 알려졌다.
실제 허커비는 그동안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2008년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고, 지난 2017년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는 “서안지구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이 정착해 독립국가 건설 시 중심지로 삼으려는 지역으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가 유대인들의 역사적, 종교적 중심지라고 간주하며 이곳에서 팔레스타인 국가가 창설되는 데 반대하고 있다.
허커비 지명에는 트럼프가 취임 후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허커비 지명사실을 밝힌 후 “마이크는 다년간 훌륭한 공무원이자 주지사, 신앙의 리더였다”면서 “그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을 사랑하고,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국민도 그를 사랑한다. 그가 중동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허커비 지명에 환호하고 있다.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허커비가 이스라엘을 자주 방문한 사람으로서,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과 필요한 것들에 대해 특별한 이해를 갖고 있다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재무장관을 역임한 이스라엘 정치인 바잘렐 스모트리히도 “이스라엘 땅 전체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속한다는 역사적 귀속을 위해 허커비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트럼프 유대인 모금 이끌어낸 위트코프
중동 특사로 지명된 스티브 위트코프는 미 부동산 개발업체 위트코프 그룹의 설립자이자 트럼프의 오랜 골프 친구로 알려져있다. 지난 9월 골프장에서 발생한 트럼프 2차 암살 시도 때 트럼프와 함께 골프를 쳤던 사람도 위트코프다. 위트코프 역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영향으로 강경한 친이스라엘로 평가 받는다.
위트코프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로 향하는 폭탄 선적을 지연시킨 행위를 기회로 삼아 트럼프 모금액을 대폭 늘린 사례로 유명하다. 위트코프는 바이든에 분노한 유대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도록 이끌었다. NYT는 당시 위트코프가 트럼프에 대한 후원금을 ‘억단위’에서 ‘십억단위’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도 위트코프는 참석했다.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은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은 진다”는 내용의 네타냐후 연설을 들은 위트코프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위트코프는 같은 달 SNS 엑스(X, 옛 트위터)에서 “힘은 전쟁을 예방한다. 이란의 자금줄이 끊어져 글로벌 테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이스라엘을 옹호하기도 했다. 대통령취임식 공동 준비위원장이기도 한 위트코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친이스라엘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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