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에는 없는 ABS…로봇심판존에 익숙한 한국 투수와 타자가 또 겪어야할 적응 문제[프리미어12]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첫 경기에서 여러가지 변수에 맞닥뜨렸다.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예선 라운드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홈런으로 기선을 내준게 뼈아팠다. 특히 대표팀 에이스로 출격한 고영표가 두 방이나 홈런을 내줘 충격을 안겼다.
고영표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로 알려져있다. 2021년부터 2023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특히 2021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퀄리티스타트 72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42회로 모두 최다를 기록할 정도로 리그 최고의 안정성을 자랑했다. 류중일 감독이 가장 중요한 대만전 선발을 맡긴 이유다.
하지만 고영표도 심판의 볼 판정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고영표는 1회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2회에는 평정심을 잃은 뒤 급격히 흔들렸다. 1사 후 판제카이에게 내야 안타를 내준 고영표는 린쟈정을 공 4개로 삼진 아웃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사 1·2루의 위기가 닥쳤다. 장쿤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스트라이크존에 걸쳐진 공이 볼 판정을 받자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냈다. 고영표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포수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 주위를 환기시키려 했으나 고영표는 천천웨이에게 초구를 맞아 홈런을 내줬다. 흔들린 고영표는 린리에게도 2루타를 맞았고 천제슈엔에게도 2점 홈런을 내줬다.
올시즌 KBO리그에는 이른바 ‘로봇 심판’이라고도 불리는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이 도입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영표는 올시즌 ABS 적응에 애를 먹었던 투수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 스트라이크로 판정받았던 공이 대부분 볼이 됐고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올시즌 부상으로 인한 재활의 시간까지 겹친 탓에 더더욱 어려움을 겪었고 8월까지 기복있는 피칭이 이어졌다. 그러다 9월 이후 4경기 2승2패 평균자책 2.74로 적응을 마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다시 사람이 보는 스트라이크 존에 흔들렸다.
고영표 뿐만 아니라 타자들도 타석에서 종종 의문을 표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ABS가 없는 상황은 쿠바와의 두 차례 연습 경기에서도 겪었다. 그러나 대만으로 떠나기 전 대표팀은 ABS가 없는 상황에서도 적응을 잘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창기는 “국제 대회를 하면 KBO리그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클 때도 있고 작을 때도 있다더라. 심판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를 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큰 압박감 속에서 진행되는 국제 대회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남은 대회 일정에서 사람이 보는 스트라이크 존에 빠르게 적응해야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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