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 품새 ‘통일’ 명칭 변경 추진…‘두 국가론’ 조치 일환인 듯
품새 ‘통일’을 ‘창훈’으로 변경 추진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조치 연장성
북한이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태권도 품새 명칭에서 ‘통일’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이후 진행하고 있는 ‘통일 지우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RFA는 이날 ITF 홍보대사 마이클 코맥으로부터 입수한 공문 사본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ITF는 지난 8월 평양에서 개최한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명칭을 ‘창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내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ITF 총회에서 이를 결정할 예정이다. ‘창훈’은 ITF 초대 총재인 고 최홍희씨의 필명이다.
ITF는 육군 소장 출신인 최씨가 1966년 서울에 설립했다. 그러나 최씨가 박정희 정권과 갈등으로 캐나다로 망명한 뒤,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면서 ITF는 북한 중심으로 운영됐다. 박정희 정권은 이에 맞서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현 WT)를 설립했고 WT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ITF는 공문에서 명칭 변경 이유를 두고 “최 총재 가족들이 제안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기술에만 치중하고, 최 총재의 정신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맥 홍보대사는 최씨의 아내 한춘희씨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ITF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RFA는 전했다. RFA는 “최씨가 사망한 이후 ITF는 세 개의 분파로 나뉘었으며, 북한 주도의 비엔나 주재 ITF가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라며 “코맥 홍보대사는 북한이 주도하지 않는 다른 분파에서 활동 중”이라고 했다.
ITF의 통일 품새 명칭 변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데 따른 일련의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후 통일·민족 개념을 지우고 남북의 물리적 단절을 위한 조치를 진행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통일 지우기 조치 과정의 연장선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WT와 ITF는 태권도는 품새와 용어, 겨루기 및 경기 규칙 등에서 차이가 있다. 두 단체는 2018년 통합을 추진키로 하고 이를 위해 공동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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