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모방한 친환경 '공기 정화 시스템' 개발

물을 이용한 '미세 버블'을 필터로 사용한 친환경 공기 정화 시스템 기술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체 순환계와 호흡계를 닮은 친환경 공기 정화 시스템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필터 시스템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고승환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인체를 모사해 실내의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실외로 배출할 수 있는 순환식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밀폐된 실내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으로 인한 공기 오염이 발생한다. 환기가 필수지만 외부 오염물질 유입의 위험이 있어 고도화된 정화 방법이 요구된다.

기존 공기 정화시스템에는 고체 필터인 여과식 필터가 쓰인다. 여과식 필터는 미세먼지 축적에 따라 성능이 저하될 수 있고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있다. 또 주기적으로 청소와 교체가 필요한 고체 필터이기 때문에 다 쓰고난 뒤 처리하기 힘든 폐기물이 된다. 환경오염 문제 해결이 중요해지면서 친환경적인 공기 정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인체의 호흡기와 순환계에 영감을 받은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간의 혈액 순환을 모사해 밀폐된 실내의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종합 공기 정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인체의 순환계와 호흡계는 외부로부터 오염물질의 유입을 막으면서 혈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포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필요 없는 이산화탄소는 외부로 배출한다. 이때 폐포와 모세혈관에서 자연스러운 기체 교환이 이뤄지면서 미세먼지의 유입을 차단하고 신장을 통해 노폐물이 배출된다. 

연구팀은 종합 공기 정화 시스템에 레이저를 이용해 만든 탄성 마이크로 기공 필터를 넣었다. 이 필터는 미세 버블을 만들어 미세먼지를 포집할 수 있다. 혈액 순환을 모사해 물 순환 시스템도 구현했다. 실내 공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면 밀폐된 공간 내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쥐의 호흡으로 밀폐된 공간의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쥐의 활동이 저하된다. 이때 연구팀의 시스템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활동성이 유지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이산화탄소 외에도 아세톤, 에탄올 등 다양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했다. 

시스템은 간단한 원리와 구조로 이뤄져 있다. 탁상형이나 차량용부터 사무실, 회의실 등과 같은 대형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량할 수 있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여과식 필터 대신에 물을 사용한 간단한 원리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오염 입자부터 분자까지 동시에 정화할 수 있다"며 "필터 폐기물 없는 친환경 기술로 기존의 필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벤스드 머티리얼스’에 지난달 10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 https://doi.org/10.1002/adma.202405568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