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가 된 마술사 이은결 “마술을 해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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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이 회화라면, 일루션은 미술 같은 확장된 개념이죠."
스스로 '일루셔니스트'로 칭하는 마술사 이은결(43)이 연출가로 나섰다.
이은결이 연출하고 출연하지만, 마술 공연은 아니다.
이은결에게 마술은 '신기하지만, 그 과정을 드러낼 수 없는 결과 중심의 폐쇄적인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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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이 회화라면, 일루션은 미술 같은 확장된 개념이죠.”
스스로 ‘일루셔니스트’로 칭하는 마술사 이은결(43)이 연출가로 나섰다. 영화와 마술을 결합해 ‘시네 퍼포먼스’ 형식으로 구현하는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이다.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배우 겸 제작자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에 대한 오마주(헌정 인용) 성격의 공연이다. 이은결이 연출하고 출연하지만, 마술 공연은 아니다. 일부 마술이 등장하지만, 마임과 퍼펫, 가면극, 영상과 음악, 무대 장치 등을 통해 영화적 상상력을 무대에서 발현하는 데 집중한다.
“진짜 제 안에 있는 욕망을 끌어들여 온전히 작품에 담아보고 싶어서 오래 배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은결이란 이름이 걸림돌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2016년 초연 이후 개발과 시범 공연을 거치는 동안 ‘멜리에스 일루션’ 포스터에서 그의 이름을 뺐다. 이런 의도는 공연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무대에 오르는 6명 모두 멜리에스의 가면을 쓰지만, 이들 가운데 누가 이은결인지는 공연 끝나고 가면을 벗은 뒤에야 알 수 있다.
“매직쇼를 기대하고 오신다면 실망하실 거예요. 세상에 없는, 기존에 없었던, 듣도 보도 못한 작품을 만들고 싶거든요.” 마술사로 정점에 올랐던 그가 실험적인 공연 창작에 나선 이유가 뭘까. “마술은 삶과 현실과 멀어질수록, 말도 안 될수록 박수를 받는데, 정작 삶을 얘기하지는 않더군요. 어쩌면 그 너머에 다시 삶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이전엔 신비함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표현으로 향했다”며 “하나의 결론으로만 가는 게 너무 싫어서 제 공연은 좀 다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신비로움을 추구하던 마술사에서, 표현을 중시하는 예술가로 전향하려는 걸까. 멜리에스가 기술적 영역의 ‘활동사진’을 예술적 차원의 영화로 끌어올렸던 것처럼 말이다. ‘콜라주 기법’ 등 영상 기법 창시자로 불리는 멜리에스는 원래 극장을 운영하며 연극과 마술을 병행하던 사람이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멜리에스가 개발하고 활용했던 각종 특수효과를 이번 무대에서 재현한다.
이은결에게 마술은 ‘신기하지만, 그 과정을 드러낼 수 없는 결과 중심의 폐쇄적인 작업’이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멜리에스의 특수효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러내고 공개’한다. 자신이 오래 정체성으로 삼던 마술의 전제를 깨트리는 거다. “예전부터 더 신비한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오글거림이 있었어요.” 그는 “그게 싫고 거부감이 들어서 더 코믹한 마술을 하거나 마술을 해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층적, 다의적인 정보화시대, 자아의 타자화가 일상화된 사회인 만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은결은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만족하실 것”이라고 했다. 17일까지 엘지아트센터.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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