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모범택시’ ‘열혈사제’ 그다음은 ‘악마판사’냐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하경헌 기자 2024. 11. 14. 12:00
편파적인 쟁점 셋
1. 판타지는 어떻게 박진표 감독과 붙었나
2. “박신혜, 그는 나의 잔다르크”
3. ‘낭만닥터’ ‘모범택시’ 그리고 ‘악마판사’?
처음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의 연출자가 박진표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을 한 번 닦고 내용을 다시 확인했을 법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박 감독은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내 사랑 내 곁에’ 등 영화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있었던 것 같던 리얼한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그런 그가 악마가 지상으로 오고, 심지어 악마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니. 하지만 작품은 ‘정년이’ ‘정숙한 세일즈’ 등 경쟁작들의 득세에도 10% 초반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그에 대한 ‘디렉터스 뷰’의 시선은 그 도전에 초점이 맞춰진다.
■ 쟁점 1. 판타지는 어떻게 박진표 감독과 붙었나
‘지옥에서 온 판사’는 지옥의 악마들 그리고 천국의 천사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 세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악마 유스티티아는 이미 한 번 죽었던 강빛나 판사(박신혜)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밖에 ‘바엘’ 신성록, ‘사탄’ 박호산, ‘그레모리’ 정하담, ‘세이르’ 문동주, ‘단탈리온’ 김재현 등 악마가 사람보다 많이 나왔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작가님(조이수)의 기획의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였어요. 기획의도는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에게 교화될 기회를 주기 전에 자신 삶의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이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불편하길 바란다’였죠.”
에피소드별 인물들을 포함하면 40여 명이 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특수효과와 특수분장, 미술, 소품, 의상, 분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옥의 모습은 이미 기존 작품에서 소비된 느낌은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옥의 법정, 지옥의 꽃밭 등이 등장한다. 짝수 회차에서 보이는 7번의 처단 장면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긴장했다.
“액션은 윤성민, 권태호 감독의 책임으로 소품팀이 전력으로 만든 각종 칼, 창, 활, 총, 망치, 도끼 등이 쓰였어요. 각 분야 최고의 명성을 가진 전문가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 분만 빠졌어도 삐걱했을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주셨어요. 제가 부탁한 건 ‘배우의 연기나 감정보다 튀지 말자’였는데 그들의 노력이 정말 다 들렸죠.”
■ 쟁점 2. “박신혜, 그는 나의 잔다르크”
‘지옥에서 온 판사’를 이야기하려면 배우 박신혜를 빼놓고 갈 수 없다. 2003년부터 연기를 시작해 20년이 넘어온 그는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비록 악마의 그것이긴 하지만 ‘날개’를 달았다. 늘 꿋꿋하고 씩씩한 ‘캔디’를 연기하던 나날 속에서 받은 악마의 ‘소명’은 그 자체로도 신선했고,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배우 박신혜는 모든 것을 어깨에 지고 돌격한 후 맨 앞에서 시청자들과 만나는 우리들의 ‘히어로’였어요. 맑고 투명한 큰 눈에서 안광이 발하는 중력 같은 배우였죠. 시청자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서 그녀의 세계에서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나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해’라는 대사도 그가 손수 만들었죠.”
특히 극 중 7번에 걸쳐 나왔던 ‘처단’ 장면은 백미였다. 일단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재판에서 무죄로 풀어줘 처단의 기회를 만들고, 그가 직접 악마판사가 돼 범죄자를 찾아간다. 그리고는 피해자의 고통을 연극의 형식으로 모두 체험하게 한 후 지옥의 칼로 처단하고 얼굴에 도장을 찍은 후 지옥으로 보내는 모습은 박신혜 연기 ‘차력쇼’와 같았다.
“다들 아마 이번에 경험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연출인 저조차도 최후방 모니터에서 디렉팅을 잊은 채 그의 연기를 종종 구경하게 됐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었어요. 그는 강빛나였고 ‘유스티티아’였지만 제게는 잔다르크였습니다.”
■ 쟁점 3. ‘낭만닥터’ ‘모범택시’ 그리고 ‘악마판사’?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설정으로 연착륙한 ‘지옥에서 온 판사’의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드라마는 지옥의 힘을 얻었던 강빛나가 인간 한다온(김재영)을 도와줬다는 혐의로 힘을 빼앗겼다가 ‘인간세계 악인을 지옥으로 10명 보내면 모든 죄를 사한다’는 말과 함께 또다시 과제를 준다. 자연스럽게 열린 결말이 됐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빛나가 정태규에게 사형선고를 하면서 ‘결국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죽음 같은 삶을 산 유가족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용서하지 않은 죄는, 법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는 대사였어요. 이 대사를 위해 지난한 길을 걸었죠. 아마 아직도 많은 분들이 그런 마음이실 거라고 봅니다.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로써 SBS는 또 다른 시리즈 IP(지식재산권)을 얻었다. 이미 3편이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 2편까지 나온 ‘모범택시’ 그리고 2편이 방송 중인 ‘열혈사제’에 이어 ‘지옥에서 온 판사’의 시리즈화도 관심이 모인다.
“악마가 판사의 몸으로 가 죄인을 처단한다는 판타지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시즌 2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 저도 무척 설레고 기쁘지만, 지금은 한 편을 무사히 끝내고 사랑을 받았다는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즌 2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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